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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권력감정과 무소신

‘권력감정’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의식, 사람들을 지배하는 권력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식, 무엇보다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신경줄 하나를 쥐고 있다는 의식을 말한다. 정치인의 팬클럽이 보여주는 헌신적인 열정도 권력감정과 관련 있다. 자신이 누군가를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긍심은 권력감정의 대리만족이다. 그만큼 권력감정은 일상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절제와 균형감각 없이 권력감정에 빠져들면 변질과 타락을 불러오게 된다. 더욱이 권력감정을 선ㆍ정의ㆍ개혁 등의 이타적 봉사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무(無) 오류성의 자기확신에 빠져 과도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참여정부에 기반을 둔 정치인 중 이런 유형의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은 사람들이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면 시장은 곧잘 통제의 대상이 되며 경제관료가 소신을 지키지 못하면 정책은 자주 정치적 색깔을 띠게 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경제관료는 전문성을 갖춘 엘리트로 신뢰의 한 축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기력과 무소신의 전형으로 비쳐지고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것. 실제 정권의 코드에 정책을 꿰맞춘 듯 그때그때 편리한 논리와 통계, 외국의 사례를 작위적으로 동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경기회복세는 소비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아니라 그동안 눌렸던 반발력으로 튀어 오르는 ‘용수철 효과’라는 분석이 많지만 “경제에는 문제가 없다”는 여권의 시각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나 관변 연구기관에서 나온 내년 경제 기상도는 온통 맑음이다. 가계부채 조정, 부동산시장 안정 등으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높아지고 국제수지도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동의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여권의 무 오류성에 대한 과신과 경제관료의 무소신이 만들어 낸 위기불감증의 또 다른 형태 아닌가 하는 시선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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