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갈등 봉합됐지만… 노조 반발 등 불씨 여전

●농협-정부 경영개선 MOU<br>경영 효율화·사업부 독립성 등<br>세부계획 놓고 논란 지속 예상

세상에 '공짜'는 없다. 농협도 마찬가지다. 농협은 당초 오는 2017년까지 신경분리를 골자로 하는 사업구조개편을 자체적으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이를 올해 3월로 5년 앞당겼다. 정부는 대가로 5조원(이자보전 8,000억원, 현물출자 1조원)의 자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2008년 "농협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에 따라 그의 고교(동지상고) 후배인 최원병 농협 회장이 총대를 멨다.

정부 입장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5조원을 지원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법적 근거도 있다. 이른바 '보조금 관리법'이다. 이 법에는 정부가 특정 기관에 출연이나 출자를 할 경우 일정한 조건을 달 수 있다고 돼 있다. 농협 노조는 극렬히 저항한다. '자율성'을 근본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경영에 정부가 '간섭'한다는 이유에서다.

농협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은 30일 '사업구조개편 이행 약정서'라는 이름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골자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 등 각 사업부의 독립성 강화 ▦경영효율화 ▦자체자본 확충 ▦조합지원 사업 개선 ▦조합 출하물량의 50% 이상 책임 판매 등 다섯 가지다. 당초 MOU에 포함될 예정이던 인력 조정과 급여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한국노총 산하의 농협 노조와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농협은 8월 말까지 MOU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농식품부에 제출해야 한다. 진정한 충돌은 이를 놓고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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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계획에서 논란거리가 될 부분은 경영효율화와 자체자본 확충, 사업부의 독립성 강화다. 조합지원 사업 개선 계획은 농협이 올해 초 농협중앙회장의 통치자금이라 불리는 '무이자자금'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하면서 일단락됐다.

자체자본 확충과 경영효율화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끊기는 2017년까지 농협이 어떻게 자본금을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5조원을 지원받았으니 이 돈이 사라지는 2017년까지 5조원을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 매년 1조원 이상 이익을 내거나,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거나, 출자금을 더 받아야 한다. 세 가지가 동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MOU에 인력 조정이 빠졌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감원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농협 관계자는 "MOU에 사실상 인력조정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도 대안. 장기적으로 농협금융지주가 IPO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업부의 독립성 강화는 지금까지도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사업을 좌지우지 하는 농협중앙회, 더 정확하게는 중앙회장의 힘을 빼는 것이 골자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3월 "농협중앙회가 대기업의 전략기획실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농협중앙회에는 전략기획실이라는 조직이 존재한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회 역할 축소가 세부계획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사업에 중앙회가 간섭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이번 MOU 체결은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 노조는 "정부가 관치를 하려 한다"며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야당에서도 정치 이슈화할 조짐이다. 민주통합당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앞두고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 지원금을 4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도록 정부를 압박해 성공했다. 정부의 농협 현물출자에 산은지주 주식이 포함된 것도 노조의 압박을 받은 국회의 작품이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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