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15분가량 병실을 찾아 “바로 오고 싶었지만 회복된 뒤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해 늦게 오게 됐다”며 “대사의 의연함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민은 미국이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한다”라며 “(해외 순방으로) 외국에 계신 대통령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대신 안부를 전했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이번 사건 이후 한국 정부와 한국민이 많은 성원을 보여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오히려 이번에 미국이 (한국민의) 성원에 깊이 감동받았다”면서 “(피습) 첫날은 무서웠는데 차분히 대응하고, 칼이 신경에 미치지 않아 운이 좋았다. 그래서 쾌유해 다행이다”라고 답했다.
문 대표도 이날 오후 1시께 전병헌 최고위원 등 당 소속 의원들과 20여분간 병실을 찾아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리퍼트 대사의 평소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애정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그러한 모습이 자칫 손상될 수 있었던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가 “아프지 않으냐”고 묻자, 리퍼트 대사는 “얼굴쪽보다 손목쪽이 더 통증이 있지만 매일 나아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여야 뿐 아니라 한국 국민의 성원에 저와 가족, 미국 국민이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리퍼트 대사는 대표 취임을 계기로 당초 오는 12일로 면담 일정이 잡혀 있던 문 대표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날 리퍼트 대사는 병문안 온 이들과 병상이 아닌 응접실 소파에 앉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이전보다 상당히 심적 안정을 회복한 모습이었으며, 대화 도중 팔을 뻗어 스트레칭하기도 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리퍼트 대사가 피습 당일 수술에서 깨어난 뒤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마비된 건가요?”라고 첫 마디를 했고, 주위 의료진에 “(나) 괜찮나요?”라고 거듭 자신의 상태를 물었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상처로 행여 안면근육이 마비될까봐 신경이 쓰였는 듯 “영어로 말해도 괜찮다”는 의료진의 말에도 “마비된건가요?”라는 한국어를 또렷하게 사용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물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날 여야 대표들의 병문안에서 리퍼트 대사의 아들 세준, 애완견 그릭스비를 소재로 한 위트 있는 대화도 빠지지 않았다.
김 대표가 “(한 살배기 아들) 세준이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를 텐데, (애완견) 그릭스비는 커서 아마 많이 놀랐겠다”고 담하자, 리퍼트 대사는 “세준이는 어려서 잘 모르고, 잠도 잘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가 “속히 쾌유하기 바란다. 빨리 나아서 소주 한잔하자”고 제안하자, 리퍼트 대사는 “Absolutely(물론이죠)”라고 호응했다. 김 대표가 리퍼트 대사가 트위터에 남긴 말을 인용해 “Go together(같이 갑시다)”라고 하자, “Absolutely”(아무렴요)라는 대답이 다시 돌아왔다.
동행한 나경원 의원은 “트위터와 (대사의) 리액션에 많은 한국사람이 감동했을 것”이라며 “진정한 외교관”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병문안 대신 위문서한을 보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을 로빈 리퍼트 여사를 비롯한 대사님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조속한 쾌유를 기원했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리퍼트 대사를 만나 “아들 이름이 세준이인 것을 국민이 다 알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고, 리퍼트 대사는 “세준이가 평소에는 잘 안자는데,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은 잘 자더라”고 답했다.
또 전 최고위원이 “한국 국민이 쾌유를 위해 많이 기도하고 있다”고 하자, 리퍼트 대사는 “그래서 제가 낫는 것 같다. 하루 빨리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