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억이상 큰손들 급증… 내년 자문형 랩 20조 '큰 장' 선다



서울 강남의 자산가 A씨는 지난 2006년 5월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에 42억원을 맡겼다. A씨 자산의 70%는 국내ㆍ외 펀드에, 20%는 주가연계증권(ELS)에, 10%는 채권에 투자됐다. 13일 현재 A씨의 자산은 88억원으로 5년만에 무려 두 배 이상 늘었다. A씨 자산은 2년만인 2008년 5월 66억까지 늘었다가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해 10월 43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포지션을 옮겼고 이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익률도 수직 상승했다. 현재 A씨의 포트폴리오는 랩이 58억원, ELS가 2억원, 펀드와 채권이 각 4억원과 6억원, 기타가 4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새로 헤지펀드에도 14억원을 넣었다. 최근들어 금융자산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액자산가들이 금융투자 상품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에 이어 은행도 자문형 신탁 상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내년말에는 자문형 랩 상품의 잔액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되는 자문형 랩 잔액은 지난해말 5조1,000억원에서 올 5월 말 현재 8조6,000억원으로 3조5,000억원이 늘었다. 업계에선 연말 11조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내년 말에는 1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자문형 랩 시장의 이러한 성장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고액 자산가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개개인의 재무상황과 투자성향, 투자목표를 고려해 금융투자상품을 운용하면서 펀드의 대안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문형 랩 시장의 성장은 고액자산가들이 이끌고 있다. 금융자산 급증에 따라 보다 확실한 자산관리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낀 고액자산가들이 자문형 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SK증권에 따르면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10만명에서 지난 3월말 현재 18만명으로 급증했다. 저금리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액자산가도 덩달아 급증한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내년말까지는 25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펀드 투자에 지루함을 느낀 이들 고액자산가들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인 랩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들 일수록 랩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는 것은 증권사의 강남지점 상황으로도 알 수 있다. 3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를 주로 하는 삼성증권의 SNI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의 경우 지난 1년동안 자문형 랩의 잔고가 900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 이 기간 펀드가 3,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소폭 늘어난 데 비해서 랩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장은 “투자자의 관심이 직접주식투자나 펀드에서 랩으로 옮겨가면서 전체 관리자산의 35%가 랩”이라며 “자산관리에 대한 믿음과 높은 수익률이 랩의 인기배경”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권에서 팔기 시작한 자문형 신탁 상품도 자문형 랩 시장의 전반적인 확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들어 은행들은 자문형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랩을 팔기 시작했다. 자문형 신탁은 현재 4,000억원 수준이지만 내년말에는 5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까지 합칠 경우 내년 말이면 자문형 랩 시장이 20조원으로 성장하게 되는 셈이다. 안전균 SK증권 연구원은 “은행 자문형 신탁의 경우 안정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 대상의 자문형 랩과 보완이 될 것”이라면서 “자문형 신탁 상품의 출시를 계기로 자문형 랩 시장의 성장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문형 랩은 10개 미만의 소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하락 장에서는 손실이 상대적으로 클 수가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랩 상품에 몰빵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은 랩을 단지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은 상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자산관리 통로로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 시장의 성장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다. 다소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양질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으려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문형 랩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의 전단계로 인식되면서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 수수료를 면제하면서까지 시장 확보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랩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여전히 고액자산가의 10% 정도만이 가입상태로 추산된다”며 “노후자산관리나 저금리에 따른 대안투자처로서 성장성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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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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