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베트남 홀린 한국 맛 … 햄버거·치킨 등 KFC 제치고 1위

[식품 한류 세계 음식지도 바꾼다] <2> '포스트 차이나' 동남아

롯데리아 새우버거로 시작 불고기버거 현지화해 대박

'코리아 프리미엄' 붙은 홍삼 싱가포르·대만 등서 날개

식문화 비슷·성장 가능성 커 글로벌 진출 전략요충지로

베트남 다낭의 번화가에 위치한 롯데리아 다낭레주안점 전경. 롯데리아는 지난 1998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이후 현지에 178개 점포를 열었으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하이엔드 고객들이 찾는 1위 패스트푸드 브랜드 1위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리아


롯데리아가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리적 요충지인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98년. 첫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야심 찬 행보였지만 그로부터 8년이 지나도록 점포 수 9개를 늘리는 데 그치는 등 지지부진한 시간이 이어졌다. 베트남의 경제수준이 높지 않아 외식문화가 거의 전무했던 탓이다. 베트남에서 어렵사리 버티던 롯데리아는 2004년 베트남이 자본주의 개방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전기를 맞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장금' '겨울연가' '풀하우스' 등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한류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한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이 형성돼 있던 점도 지렛대 역할을 했다. 롯데리아로서는 우선 베트남인들에게 햄버거를 친숙한 메뉴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의 새우 수출이 세계 1위라는 사실에 주목해 '새우버거'를 주메뉴로 앞세웠다. 또 한국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베트남 식문화를 반영해 밥과 치킨 등의 세트 메뉴를 신설하는 유인책을 썼다. 롯데리아의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은 적중해 현재 베트남 매장 수는 178개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QSR)시장 1위를 자랑하고 있다. 강형희 롯데리아 베트남법인장은 "이웃국가인 필리핀의 최대 QSR브랜드 졸리비와 글로벌 치킨 브랜드 KFC가 롯데리아보다 1~2년 앞서 상륙했지만 롯데리아와의 경쟁에서 밀려 항상 우리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쫓아오는 데 급급하다"면서 "론칭 당시 외면당했던 불고기버거가 이제 베트남에서 매출 1위 메뉴"라고 말했다.

롯데리아의 베트남 시장 진출기에는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동남아 성공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새우버거로 현지인들을 사로잡은 후 한류 열풍을 조화시켜 '롯데리아에만 있는' 불고기버거를 퍼뜨린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를 기본으로 시장에 파고든 후 자신감이 생기자 '한국적 맛'을 접목해 차별화한 절묘한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다 저가 햄버거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국적 매장 인테리어 등으로 패밀리레스토랑급으로 자리 잡게 한 고급화 전략은 '신의 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밑거름 삼아 2011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내 외식기업 최초로 미얀마에까지 상륙했다.

동남아시아는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우호적이기까지 해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우려 속에 동남아는 인건비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젊은층 인구 비중이 높아 장기적으로 소비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큰데다 적극적인 문호개방으로 이질적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진출 10여년간 고전한 롯데리아의 사례에서 보듯 기호와 입맛을 잡아야 하는 식품·외식업계로서는 만만치 않은 시장인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에서의 성공으로 '감'을 잡은데다 쌀이라는 공통의 식문화 코드를 활용해 현지화에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롯데리아는 베트남 QSR 점유율 1위, 뚜레쥬르는 베트남 베이커리 부문 1위 및 구글 트렌드 핫토픽키워드 필리핀 레스토랑 부문 4위, BBQ는 베트남 고급 치킨 부문 1위, 파리바게뜨는 싱가포르 매출 자사 합계 1위 등의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제너시스BBQ는 2007년 베트남에 상륙하면서 아예 롯데리아를 벤치마킹했다. BBQ는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치킨에 볶음밥·감자튀김·샐러드를 조합한 세트메뉴와 튀김가루에 야채를 섞은 야채치킨 등 현지화 메뉴로 인기를 끌자 한류 드라마 열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장금'의 인기가 한창일 때 탤런트 박은혜씨를 초청, 행사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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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는 '프리미엄 카페'로 전환하면서 베트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급 인테리어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심황진 BBQ 베트남법인장은 "과도한 가격할인을 내세우는 KFC와 달리 현지 치킨 브랜드보다 20~30% 높은 고가정책을 펴고 있지만 100% 신선육 사용과 최고의 원·부재료를 쓴다는 점이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로열티가 매우 높다"며 "매장별 수익이 높아 가맹점 비중이 7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현지에 한국식 신문화를 이식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뚜레쥬르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면서 베이커리 매장을 테이블과 의자를 구비한 카페형으로 운영하려 했으나 "빵집에 왜 좌석이 필요하냐"며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하는 난관에 부딪쳤다. 그러자 베트남 론칭팀은 하노이시 탄롱 1호점을 내기 위해 인근에 3개월가량 거주하며 상권분석은 물론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해 설득한 끝에 2007년 베트남에 처음으로 '카페형 베이커리'를 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지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자전거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고객 위주의 인사문화가 전무한 상황에서 '안녕하세요, 뚜레쥬르입니다(뚜레쥬르 신차오)'라는 인사문화를 도입하면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뚜레쥬르는 현재 베트남에서 34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베이커리 업계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유동인구가 시간당 2,000명인 베트남 호찌민시 번화가에 2012년 문을 연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까오탕점도 현지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2층 개방형 테라스 인테리어가 입소문을 타 베트남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성종 파리바게뜨 베트남법인장은 "오픈 당시에는 매일 저녁 예약을 하지 않으면 160개 좌석이 모두 찰 정도였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동남아에서 한국 브랜드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붙는다. 소득수준이 높은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매장에서는 홍삼 가격이 중국산 제품보다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비싸다. 한국에서 600만원인 정관장 뿌리삼 '천삼 10지 600g'은 이곳에서 1,000만원을 웃돈다. 그럼에도 물건이 없어 웃돈을 주고 거래될 정도다. 대만에서는 아예 중화권에서 선호하는 닭에 홍삼을 결합한 현지형 제품 '홍삼 계정'을 개발했는데 이 제품은 2011년 말 론칭 이후 2년간 4만병가량 팔려나갔다. 김태현 KGC인삼공사 해외브랜드부 과장은 "대만 현지인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현지 건강식품인 '계정(닭 에센스)'을 즐기는 것을 보고 8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현지 생산업체와 함께 개발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전했다.

현지 기업을 잇따라 인수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기업도 있다. 롯데제과는 2010년 10월 파키스탄의 유수 제과업체인 콜손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파키스탄에 진출했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세계 6위(2억여명) 규모인데다 특히 14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37%에 달해 제과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높다. 롯데제과는 앞서 2008년에도 베트남 제과업계 1위인 비비카사의 지분을 인수해 매년 30% 이상의 매출신장을 달성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베트남에 이미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이 진출해 있고 오는 9월에는 롯데백화점까지 하노이점을 오픈할 예정이어서 유통망 확대에 따른 매출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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