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남발·무분별 판촉경쟁 제동

물건구입 카드가맹점 상대 대금 반환訴 가능27일 서울지법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와 체결한 카드발급계약은 원인무효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판촉경쟁과 카드 남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계약은 재산상의 법률행위로서 민법상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그 동안 일부에서는 18세 이상 미성년자에 대해서 카드를 발급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해 왔으나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사용한 카드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걸려 논란을 거듭해 왔다.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맺은 계약은 원인무효 이번 판결의 핵심은 신용카드사들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외 맺은 계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이는 미성년자가 직업을 가져 수입이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는 카드대금을 아직 내지 않았으면 갚을 필요가 없고 낸 돈은 돌려 받을 수 있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금을 받을 조건으로 지불한 물품이나 현금서비스를 미성년자가 취한 '부당이득'으로 간주, 반환할 권리가 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44명의 미성년자들이 7개 카드사에 미납한 신용카드 대금 원금 및 이에 대한 연체금과 수수료 총 1억8,000만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카드사가 가맹점과의 대금 정산을 하면서 취한 수수료 180만원은 돌려 주도록 했다. 대신 이미 지불한 카드대금 3억5,000만원은 미성년자들이 얻은 '부당이득'과 상계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카드가맹점에도 소송가능 이 사건은 신용카드사와 소비자 관계에 한정됐지만 미성년자들은 실제로 물건을 구입한 카드가맹점을 상대로 카드대금 반환소송을 낼 수 있다. 현행 법률로는 카드발급 계약이 무효가 됐을 때 현금 서비스는 반환해야 하지만 물품ㆍ용역 서비스의 경우는 만약 소비했다면 반환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미성년자들이 물품을 구입한 가맹점을 상대로 카드대금 반환 청구소송을 할 경우 대금은 돌려 받고 사용한 물품이나 용역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신 가맹점은 신용카드사로부터 대금을 받아 내야 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가맹점의 경우 숫자가 너무 많고 대상이 불확실해 소송을 제기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단 사후라도 부모가 동의하면 계약은 유효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카드를 발급 받았지만 나중에 부모가 대금을 일부라도 지불하면 사후 추인한 것으로 인정, 계약이 유효하게 된다. 또한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기존 카드를 계속 사용하거나 대금을 납부한다면 미성년 동안 사용한 카드계약도 유효, 대금을 납부해야 한다. 원고를 대리한 윤성철 변호사는 "그 동안 신용카드사가 미성년자에 무분별하게 카드를 남발한 카드사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앞으로 카드사가 미성년자를 회원으로 모집할 때는 보다 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카드원금은 갚아야" 신용카드사들은 이번 판결이 카드대금을 안 내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이날 "법원이 신용카드사와 미성년 회원의 신용카드 이용계약을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판정했으나 이를 이미 사용한 카드대금까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로 앞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한 이들에 대한 카드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발급된 회원에 대해서도 사후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고등학교 졸업 후 1~2년간은 사실상 카드발급과 사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정기자 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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