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통절한 반성'을 보는 시각차

최윤석기자 <국제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종전기념일 6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다시 한번 통절하게 반성하고 마음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야스쿠니 신사에도 참배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국내 여론은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고이즈미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했고 형식적인 사과에 신물이 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은 것도 총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고가 마코토 전 자민당 간사장 등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47명이 같은 날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것을 봤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17일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의 논조는 우리와 정반대였다. 일본이 저렇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데 왜 주변국들은 받아들이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사과는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의해 무시됐고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총리가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일부 의원들의 신사참배로 고스란히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심지어 주변국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일본의 국제연합(UN)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라며 한국과 중국이 고이즈미의 사과를 의도적으로 폄훼했다고 몰고 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은 부시 정권이 최대 우방인 일본을 편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 사설이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우리가 너무 당연시하는 사실을 다른 나라들은 이해 관계에 따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대응은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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