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사면초가와 중국경제

서정명 <뉴욕 특파원>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을 만하건만, 시운이 불리하여 오추마(馬)도 나아가지 않네.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우희여! 우희여! 당신을 어찌하면 좋을까.” 초(楚)나라 항우가 유방이 이끄는 한(漢)나라 군대에 겹겹이 둘러싸였다. 한나라 군사들은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항우는 애첩 우희를 불러 패전(敗戰)의 술잔을 들이키며 비통한 심정을 이렇게 달랬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월가(街)에서 바라보는 한국경제의 현실이 이와 매우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재정경제부ㆍ한국은행 등 경제를 이끄는 장군(將軍)들은 하나같이 5% 성장이 가능하다느니,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느니, 장밋빛 노래를 불러댔다. 한국경제 청사진을 제시한 이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쳐 있었고 그 우렁찬 기개에 국민들은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현실의 시곗바늘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5% 성장목표는 4%대로 낮아지더니 이제는 3%대로 내려앉았다. 이제 대통령까지 나서서 3%대 성장이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고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현 경제팀이 사활을 걸고 달려든 부동산가격 안정정책은 국민들에게 조롱과 비아냥 거리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시운(時運)도 불리하다. 천정을 모르고 치솟는 국제유가와 원화가치 강세는 기업들의 가쁜 숨통을 옥죄고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고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을 떨쳐버리고 경기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고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신용등급을 올리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한국경제만 사면초가에 휘둘리는 것은 왜 일까.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과 좌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6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출 정도의 현실경제 감각을 갖고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기 힘들며 그 정책은 집행되면 될수록 오히려 허점만 노출시킬 뿐이다. 성장률과 금리ㆍ통화ㆍ부동산 등 현안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 보니 경제의 수레바퀴가 삐걱거리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시장과의 암묵적인 금리인상 약속을 지키며 지난해 6월부터 9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분기별로 발표되는 경제성장률은 당초 제시한 3%대 후반 목표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정확한 현실경제 진단과 정책의 일관성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한국경제여! 한국경제여! 당신은 어찌하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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