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요즘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다. 지난해 연이은 선거 패배로 지지자들에게 큰 실망을 줬고 기성 정치인과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 앞에 한없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선거는 끝났고 가야 할 길은 험난하지만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반성과 성찰, 그리고 뼈를 깎는 쇄신이다.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은 다시 고개를 든 계파 간 이해관계로 이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태 중 하나다. 단순히 당내 의견이 다른 몇몇 조직을 없애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고 다양한 견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당의 스펙트럼과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갈등과 반목을 양산하는 '기득권 나누기'식 계파는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
계파를 없애려면 우선 당내 모든 의사결정위원회의 논의 내용 등을 공개해 대국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감한 사안이라면 외교문서처럼 일정 기간 이후 공개하면 된다. 회의를 공개하고 기록을 남기면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늘려가는 방식의 계파는 설 땅을 잃게 된다.
새 지도부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의 소용돌이에 과감히 몸을 던져야 한다.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에 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새로운 정당, 국민을 위한 정당, 계파 갈등을 넘어선 새 정치를 펼쳐갈 새 집을 짓지 못 한다면 정당의 미래는 없다.
참신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당에 참여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도 꼭 필요하다. 일회용 수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안에서 건강한 인재를 적극 발굴ㆍ양성하고 기성 정치인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새 정치는 닻을 올릴 수 있다. 복잡한 정치적 셈법과 껍데기는 과감히 벗어야 한다. 주류냐 비주류냐, 친노니 비노니 하는 과거의 프레임을 털어내지 못하면 새 정치는 백약이 무효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각오로 민주당은 물론 관련된 정치인들이 위기를 직시하면서 국민만을 보면서 용기 있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때 활로는 찾아올 것이다. 반면 정치 쇄신을 위한 대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또다시 망설인다면 민주당에 국민이 다시 기회를 주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새 정치'라는 큰 물길을 낼 것인지 아니면 그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인지 민주당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