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책도 없이 "일단 하고보자"

■ 경제정책 갈팡질팡 한다단말기 보조금·온라인게임등 사사건건 대립 경제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가뜩이나 말발이 서지 않는 정권의 끝머리에 경제정책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연일 전해지는 월드컵의 승전보에 가려 정책의 실기와 실수도 드러나지 않은 채 일단 묻혀가고 있다. 때문에 거리와 사무실에서 넘쳐나는 월드컵 감격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경제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대책도 없이 일단 '하고 보자'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도 일정에 쫓겨 진행되는 사안들이 적지않다. 제조물책임(PL)법과 방문판매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대표적인 케이스. 둘다 오는 7월로 시행일정이 잡혀 있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법 취지와 반대로 이들 법안이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시행될 경우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키고 소비자 피해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선 방문판매법 시행령을 보자. 시행령에 명시된 대상이 포괄적이어서 자칫 선의의 방문판매회사마저 음지에서 비합법적 영업을 일삼는 음성 다단계판매회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가계대출 증가와 카드 남발로 다단계판매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자칫 방판법 개정안 시행으로 사회적 부작용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사안은 경제구조를 밑바닥에서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가 물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제조업체나 판매업자가 피해를 보상한다는 PL법은 총체적인 준비부족 상태다. 누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를 가름할 업종별 PL센터도 두 곳에 불과하다.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면피대책'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제조공정이나 판매경로를 선진화하기보다 보험에 들거나 분쟁발생시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는 작업일지 점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입법예고 이래 2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는데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홍보부족과 기업의 인식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PL법은 대상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라는 점에서 사고발생시 회사의 흥망까지 결정될 수 있는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 선심성 정책은 봇물 선거일정과 맞물려 개혁성 정책도 뒷걸음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신용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낸 출자금은 은행 예금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조합의 지분을 지닌 조합원의 출자형식이라는 점에서 예금자 보호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백지화했다 지역과 직종에 뿌리를 내린 신협조직의 반발에 정치권이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유류세 국고보조금 철폐도 같은 맥락으로 정부정책이 후퇴한 케이스다. 정부는 당초 유류세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방침이었으나 앞으로 4년간 유류세 인상에 따른 운수업계의 부담금 증가액 절반을 국고에서 부담해주기로 했다. 이로 인한 국고 부담액은 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차에 대한 특소세 적용 유예기간 연장이나 예산에도 잡혀 있지 않는 각종 고속도로 건설계획도 선심성 행정의 사례로 꼽힌다. 보선과 대선일정이 다가올수록 선심성 정책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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