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법 도입 등 영화판이 살아 남기 위한 총력적 홍보전(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효율적인 홍보전략을 짜기 위해 제조업체에서 사용하는 소비자 분석기법을 도입하는가 하면, 의도적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노이즈 마케팅도 서슴지 않고 있다. 소비자 분석기법의 확산은 무엇보다 영화사들이 흥행성공을 위해서 관객들의 취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 그래서 최근 영화들은 마치 제조업체가 신상품을 출시할 때 하는 것처럼 제작단계부터 타켓 관객들을 설정하고 이들의 취향을 조사해 제작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 분석을 활용한 성공사례는 사상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이 대표적. ‘괴물’은 제작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 사전조사라는 마케팅 조사방법을 도입했다. 영화사의 의뢰를 받은 마케팅업체는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한 좌담회를 개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아냈다. 결국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과 등장인물, 스토리까지 모든 부분에 소비자의 취향을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계에서 그동안 금기시 돼 왔던 홍보기법들을 적극 활용한 예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영화와 관계가 있지만 논란이 될 만한 소재를 사전에 노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는 이른바 ‘노이즈(noise) 마케팅’은 기본. 오히려 대중의 비난을 홍보에 역이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영화 ‘한반도’의 경우 영화 내용을 둘러싼 민족주의 논란을 영화사측에서 적극 홍보에 이용하기도 했다. 올 여름 개봉했던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같은 경우는 과격한 포스터로 논란을 일으켰다. ‘선생님 그때 왜 그러셨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선생님이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이 담긴 포스터가 지하철, 버스 등에 공격적으로 노출되며 네티즌과 관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영화사는 이 같은 ‘항의’를 다시 홍보에 이용해 ‘과격한 포스터 논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까지 했다. 가능하면 대중에 많은 노출을 해야 한다는 홍보의 기본전략 대신 가급적 언론노출을 꺼리는 ‘블라인드(blind) 마케팅’도 뜨고 있다. 이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에서 시작해 ‘괴물’‘한반도‘등 대작뿐 아니라 최근작인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 등에 이르기까지 스토리를 노출하지 않거나 현장을 공개하지 않는 등 언론 노출을 극도로 최소화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영화 홍보에 이런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영화의 흥행에 홍보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사도 홍보비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출하고 있다. 대작 ‘실미도’(27억), ‘괴물’ (38억) 등은 물론이고 제작비가 비교적 적게 들었던 ‘왕의 남자’ 조차 홍보비로 20억을 지출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확대돼 영화에서 홍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작비에 필적하는 수준으로까지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보다 진화된 홍보기법을 찾아내려는 영화계의 노력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