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인 베이징시 중광촌 하이테크밸리 제 2단지. 한화종합화학의 베이징소료유한공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불과 2년 전, 그저 옥수수 밭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에서는 지금 한화종합화학의 중국 시장 성공신화가 한창 불을 뿜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중국 진출은 당초 국내 주 남품처였던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 생산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상하이 GM과 상하이 폭스바겐 등 다국적 자동차회사의 수주를 연이어 성사시키며 중국내 자동차부품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선 중국 진출=베이징 거리는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전시장으로 불린다. 자동차 가격이 한국의 두 배에 달할 만큼 비싸지만 외제차를 굴리는 부자들은 한국 전체 인구를 웃돌고 있다. 자동차 수요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1,000만대의 새로운 자동차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신시장에 뛰어든 한화종합화학의 성공비결 첫 번째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신 시장 개척’이다. 흔히들 ‘짝퉁 천국’이라는 중국시장에서 기술 유출을 꺼려해 선진기업들이 중국진출을 주저하는 동안 한화종합화학은 한발 빨리 중국시장에 진출, 중국 자동차부품시장의 선두주자로 시장을 이끄는 위치에 올라섰다. 한화종합화학 베이징 법인은 2006년 매출액 100억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에 제 2공장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품질로 승부한다=한화종합화학 베이징 공장의 또다른 성공비결은 품질 경쟁력. 한화종합화학 베이징 법인에서 만들어 내는 제품은 자동차 범퍼를 구성하는 유리섬유강화열가소성수지(GMT)와 발포성폴리프로필렌(EPP)이다. 이 제품은 자동차 차체와 연결되는 범퍼의 몸체와 충돌시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완충장치이다. 특히 GMT는 철보다 다섯 배 이상 가벼워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주면서도 강도는 그 이상인 신소재. GMT를 사용하면 차량의 무게를 10kg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세계에서도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일본에서만 생산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국 현지에는 한화종합화학만 가장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했다. 한화종합화학 베이징 법인은 또 다른 강점은 제품소재부터 설계, 최종 제품생산까지 3단계의 공정을 모두 수행해 낼 수 있다는 것. 전세계 자동차부품회사중 이러한 수직계열화를 이룬 회사는 한화종합화학이 유일하다. 베이징 법인은 한화종합화학 부강공장에서 GMT 시트와 EPP 베드를 공급 받아 완제품을 생산한다. 신차에 적용되는 제품은 부강공장으로부터 범퍼 설계기술을 지원 받는다. 베이징 법인의 자랑은 베이징 진출 한국기업 중 최초로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품질 인증규격인 ISO-TS 16949도 획득한 것이다. 이는 현대ㆍ기아차와 폭스바겐, GM 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품질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 받은 것이다. 현재 북경에 진출한 현대차 소나타와 엘란트라, 기아차의 카니발, 옵티마 등에 이 신소재 부품들이 공급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기술이 베이징 거리를 누비는 셈이다. ◇열정이 성공신화를 일궈냈다=한화종합화학 베이징 법인의 공사가 한창 진행중일 부렵 중국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환자가 발병하고, 중국 내 타 기업체 주재원들은 급히 귀국길에 오르기 바빴다. 협의할 내용이 있어 관청을 방문하려 해도 진입자체를 통제하거나, 서로 마스크를 쓴 채 대화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연출되던 시절, 한화종합화학 베이징 법인 또한 빠듯한 일정 속에서 설계작업이 1개월 지연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었다. 기한에 맞춰 공장 준공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화종합화학 베이징 법인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전체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가 따르더라도 공사 강행을 결정했고 계약단계부터 건설업체와 어떤 상황에서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톈진에서 건축자재를 조달하던 건설업체는 사스로 출입이 통제되며 먼길을 돌아왔고 베이징 법인 직원들도 주말도 반납한 채 일주일 내내 공사에 매달렸다. 이러한 열정으로 한화종합화학 베이징 법인은 공장준공일을 지켰고 파트너 사와의 납품기일 약속도 기어이 지켜냈다. 박영일 베이징 법인장은 “이왕 할 일이면 최고로, 신속하게, 화끈하게 해내자는 게 좌우명”이라며 “파트너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직원들의 열정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