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내놓은 ‘서비스업 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중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동월보다 6.9%나 증가하면서 38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증권시장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비견될 정도로 화려했다. 하지만 껍데기를 조금만 벗겨보면 초라함이 묻어 나온다. 고용에 그리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금융ㆍ보험업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퇴직연금제 덕분에 크게 선전한 반면 기대했던 숙박ㆍ음식업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경기회복의 음과 양이 확연하게 드러난 셈이다. 우선 1월 서비스업 생산의 전체적인 그림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긍정적이다. 지난해 8월 6.0%에서 9월 5.5%, 10월 4.8%로 내리막을 걷다가 11월 6.1%로 상승 전환한 뒤 12월 6.5%, 올 1월 6.9% 등 석달 연속 6%대에서 오름세를 탔다. 호조를 이끈 것은 단연 금융과 부동산이었다. 금융ㆍ보험업은 전년동월보다 16.7% 늘어나면서 7개월째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지난 2002년 9월 21.3% 이후 40개월 만에 최대치다. 적립식 펀드 열풍과 퇴직연금이 쌍끌이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부동산중개 및 감정업(18.1%), 부동산공급업(14.8%)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10.5% 늘어 증가폭이 전월(10.2%)보다 확대됐다. 1월 서비스업 활동동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영화산업의 선전이다. 영화산업은 1월 중 50.9%의 증가율로 2002년 9월의 61.6% 이후 4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02년 당시에는 ‘집으로’ ‘공공의 적’ ‘가문의 영광’ ‘반지의 제왕’ ‘스파이더맨’ 등이 9월 한달 동안 100만명대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을 이끌었던 반면 올 1월은 ‘왕의 남자’ 홀로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사부일체’도 한몫을 담당했지만 증가율의 절반 이상을 왕의 남자가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들 호조 업종들은 부가가치를 아무리 많이 창출해도 고용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이다. 정부도 서민들의 소비경기 상태를 드러내는 핵심 바로미터인 탓에 이 지표를 주목한다. 도매ㆍ소매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늘었으나 전월에 비해서는 1.3% 줄었다. 특별소비세 탄력세율이 지난해 말에 종료되면서 자동차판매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줬다. 숙박ㆍ음식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늘어나 전월의 4.5%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5.4%였다. 1월에 설 이 낀 것이 타격을 입혔다고 하지만 이들 업종의 증가율이 영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아 경기회복이 아직은 안정권에 들어서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서비스업이 향상되는 추세이지만 서민생활과 관련이 큰 숙박이나 음식업ㆍ도소매업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서민들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간 직거래, 인터넷판매 및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유통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도매업 증가율이 1.1% 증가에 그쳐 지난해 4월의 0.6% 증가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경제구조의 변화에서 앞으로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