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항만정책 구조조정 필요

기존 항만 물동량없어 고민인데 선석 확충은 줄이어<br>"정부 환경변화 외면…수년전 계획 고수 이유없다" 지적 잇따라

신항만정책 구조조정 필요 기존 항만 물동량없어 고민인데 선석 확충은 줄이어"정부 환경변화 외면…수년전 계획 고수 이유없다" 지적 잇따라 오현환 기자 hhoh@sed.co.kr "광양항이 개항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썰렁해요. 광양항과 연결된 남해고속도로에도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요." 광주~광양항 정기운행 화물차 기사 김모(47)씨는 광양항의 아픈 현실을 토로했다. 광양항은 동북아 허브를 겨냥, 지난 98년 개항해 현재 12개 선석 283만TEU의 처리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지난해 고작 143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 무려 1조7,000억원가량을 퍼붓고도 시설의 절반가량을 수년째 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문을 연 부산 신항도 마찬가지다. 동북아 허브를 겨냥해 수천억원이 투입됐지만 개항 한 달이 지나도 '휴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두운영회사인 부산신항만㈜의 한두표 차장은 "배는 없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해 크레인 장비들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의 선사 MSC가 오는 25일부터 신항에 처음 기항하기로 했지만 부산 북항과 계약기간을 아직 10개월 이상 남겨두고 있어 얌체 유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용료를 북항보다 싸게 해 유치한 것이어서 제살 깎기식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광양항은 물론 목포 신항 등 전국 대부분의 항만들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온갖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백방으로 세일즈에 나서지만 선사를 잡지 못해 이웃 항만 물량까지 빼앗는 등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 상하이 양싼항이 개장하면서 환적화물에 대해 대대적인 할인공세를 편데다 국내서도 최근 몇 년간 산업공동화가 빚어지면서 화물량 증가속도가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컨부두 선석당 처리능력이 최첨단 하역장비 개발로 5년 새 30%가량이나 향상됐다는 점도 물동량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동량 추정 전문지인 영국의 OSC는 한국의 2011년 화물 물동량 추정치를 2001년 당시 예측치보다 9%나 줄였다. 그러나 95년부터 동북아 허브를 겨냥해 총 26조7,584억원이 투입되는 신항만 개발사업계획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47개 선석에 불과한 컨테이너부두를 2011년에 무려 127개로 2.7배나 늘리기로 했다. 과연 2001년 처음 세웠던 10년 단위 계획을 그대로 밀고 가야 할까. 항만업계 전반에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해운ㆍ항만 현실을 직시하고 동북아 허브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원칙하에 항만정책을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동북아 허브는 커녕 물량확보도 못해" 부산신항등 국내 항만끼리 제살깎기식 출혈경쟁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여 개발 해놓고 '나몰라라' 개발 축소등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확보 나서야 전문가들은 또 전반적으로 개발을 축소 조정하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하면서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입김, 지역간의 갈등을 우려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은 "해운 동맹이 만들어지고 중국 직기항이 급증하는 등 해운ㆍ항만 환경이 급변기를 맞고 있다"며 "21세기 항만정책은 20세기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화물 물량부족이 현실화하면서 동북아 허브는커녕 전국 대부분의 항만에서 물량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 신항과 기존 북항을 운영하는 부산항만공사(BPI)는 요즘 초비상이 걸려 있다. 신항의 신규화물 창출이 늦어지는데다 올들어 부산항의 물동량 증가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한 부산항 컨테이너 처리 증가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그것도 고작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최근 팀장급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추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주재로 '부산항 물동량 증대 및 경쟁력 강화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이 3년 연속 31만TEU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울산항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새로 생긴 부산의 신항이 다양한 인센티브로 울산 물량을 끌어가지 않을까 우려되는데다 지난 2004년 5월 착공된 울산 신항도 6년 후에 문을 열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최근에 울산해양청 등 5개 기관과 공동으로 '울산항 포트세일즈단'을 구성하는 등 물량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대구ㆍ경북권의 연간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량 87만6,000TEU 유치를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포항 영일만신항'도 포항시와 포항해양수산청 등과 공동으로 '영일만 신항 포트세일즈팀'을 최근 조직했다. 오는 2011년까지 현재 4개 선석에서 12개 선석으로 확충되는 목포 신항만도 기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수출 물동량 의존에서 탈피, 대대적인 컨테이너 화물 유치에 나서기로 하고 전남도와 공동으로 포트세일즈단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항만 건설을 급격히 축소할 필요성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 한국 내 물동량의 증가세는 위축되고 있지만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동북아 전체의 물동량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산항과 광양항은 중국 내륙을 연결하는 소형 화물선(피더선) 노선이 상하이항보다 훨씬 더 발달해 허브항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태평양을 횡단해 미주로 가는 화물은 상하이항보다 우리의 가격경쟁력이 높다. 상하이항은 현재 건설계획으로 볼 때 주변 화물을 처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북중국 화물을 우리가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가 항만 개발에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발이 묶여 엉뚱한 곳에 수조원을 들여 개발만 해놓고 놀리면서 정작 집중 투자해야 할 곳에 투자하지 못해 허브항의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만건설은 자금이 부족해 대부분 민자를 도입했지만 정부가 목표수익 대비 80%가량을 보장해주고 있어 정부 예산을 투자한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전일수 원장은 "동북아 허브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집중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뒤처져 결국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생산시스템이 다국적 기업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주요 권역마다 생산 조립기지를 만들어 그 지역에 공급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글로벌 기업들의 권역 공장을 우리 항만 배후 물류부지에 집중 유치하는 세일즈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중국 칭와대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지난달 귀국한 김학소 해양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 글로벌 기지를 설치한 외국 기업들을 찾아 물류비가 절감될 수 있는 물류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면 우리 항만 배후 물류기지로 충분히 유치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중적인 물류세일을 펼 수 있는 전략 컨설팅 팀을 만들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분석해주면서 설득해 끌어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 광양=최수용기자 울산=곽경호기자 부산=김광현기자 입력시간 : 2006/02/16 18:34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