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前총리가 쓴 책

남덕우 전 총리가 최근 한 권의 책을 내 놓았다. 경제각료로 입각하여 총리를 역임한 바 있는 이 학자출신 행정가는 조용한 말씨와는 달리 흉중에 품은 생각은 깊고 넓다. 새로 나온 책<동북아로 눈을 돌리자>를 읽으니 경륜이라는 느낌이 새삼스럽다. 평소에 필자와 만났을 때도 이 양반은 동북아 물류센터를 만드는 구상을 역설하곤 했었다. 영종도와 인천 송도 그리고 김포를 잇는 3각 델타를 신개념의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만들면 바로 한국이 동북아 지역의 비즈니스 중심지가 된다고 했다. 이 책에는 지난 18년간 이 계획이 숙성되어 온 과정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 외국에 대한 사례 연구 분석 등 무슨 이론이 아니라 팩트로 짜여져 있다.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책을 쓴 동기다. 보다 대중이 알기 쉽게 이 계획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동기에서 썼다는 점이다. 정책입안가나 학자나 행정부서의 '독점 혹은 과점적' 부호와 언어가 아니라 대중이 알아듣고 판단하게 하는 '매개언어'에 대한 착상이 좋았다. '알아 듣게' 말하고 쓴다는 건 무척 중요한 시대이다. 두번째로 그는 이 시대의 변화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다. 이 시대 흐름을 흡수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 프로젝트로 '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건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실체적 그림을 여러 가지로 그려 볼 수가 있다. 뉴욕이나 홍콩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이상은 꿈이라 일컬어진다. 꿈은 크고 화려하지만 허망한 구석도 있다.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기가 그만큼 힘들다. 산이 높고 건너야 할 수많은 강이 있다. 그리하여 좌절과 실패의 무덤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꿈의 성취는 희열과 자부심의 극치를 이룬다. 필자는 이 책의 말미에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한 마당을 이야기한다. '꿈은 이루어 진다' 예의 낙관적 통찰력은 경의를 표할 만 하다. 비전이 없는 시대라고들 한다. 새 대통령 뽑기를 준비중인 유권자들도 '그래 어떤 세상?'하는 물음에 확연히 떠오르는 게 없다. 관념만 지배하고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렇게도 흔하던 무슨무슨 프로젝트 같은 걸 내놓는 정당도 없다. 입들만 살아 있다 보니 국가경영의 지혜가 매몰된 탓일까. 20년 가까운 국가계획인 영종도 송도 김포의 경제특구는 경쟁력 평가에서 낙제점수인 54점이다(전경련 조사,싱가포르 100점 기준). 분발하자고 말하고 싶었던 게 책을 쓴 전 총리의 속내 같다. 손광식(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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