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복합처방/김인환 효성T&C 사장(로터리)

약품광고에서 우리는 가끔 「복합처방」이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당장 눈에 띄는 한가지 증상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을 고려하여 처방한다는 것이다. 어느 질병이든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치료해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증상에 영향을 주는 원인까지를 치유할 수 있는 다각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문제점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작년말부터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파업이 있었고, 최근에는 한보 부도사태와 황장엽 비서의 망명에 이한영씨의 피격이 이어지면서 사회가 온통 혼란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측면에서도 국가경쟁력 하락과 고비용·저효율 구조,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엄청난 규모의 외채 등 치유해야 할 중병의 증상들이 좀처럼 개선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력의 기본이 되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로 대두되고 있다. 너도 나도 경제를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처방을 마련하기에 열심이고, 기업은 기업대로 부가가치 향상과 효율증대로 고비용을 극복하기 위하여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는 일시적인 환율이나 금리의 변동에 의존하거나 지가를 조절하는 등의 단편적인 대증요법으로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경제가 서 있는 사회 전반의 구조와 같은 밑바탕의 문제부터 치유할 수 있는 복합적인 처방이 나와야만 한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면서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 꾸준한 대응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처방을 해놓고 그 성과를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하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금세 처방을 바꾸어 버리는 성급함은 다른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경제에 대한 처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나름대로 성장발전의 기준을 양에서 질로 전환하고 범세계적인 대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화, 정보화, 친환경화로 흔히 표현되는 것처럼 이미 세계가 커다란 전환기적 격변을 겪고 있는 오늘날에는 경제계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복합적인 목표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고난도의 함수풀이를 함께 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증요법만으로는 개선이 어려운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뿐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의 바탕에 깔려 있는 모순과 비능률구조 등 부정적 요소들을 동시에 치료하면서 합병증을 야기하지 않는 복합처방이 절실히 필요하다.

관련기사



김인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