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금리폭등… 외환·자금시장 살얼음판

◎달러방출로 지킨 방어선마저 붕괴/IMF자금 차입 논란도 부추겨/“회사채거래 아예 중단” 더 큰 충격으로/예측불능 투기장화 가능성까지금융시장이 다시 혼미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환율저지선 포기의사가 전해지자 마자 환율상승 제한폭까지 원화환율이 뛰어오르고 자금시장에서는 외환시장의 여파로 회사채 거래가 아예 중단되면서 금리만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증시 역시 맥없이 주가지수 5백선 붕괴라는 참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 외환시장이 17일 하오 2시께부터 갑자기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덩달아 주식시장에서도 주가지수 5백선이 힘없이 무너지는 폭락세가 연출됐다. 지난 11일 장중 한때 달러당 9백99원90전을 기록한 이후 외환당국의 지속적 개입으로 9백86원선까지 떨어졌던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17일 상오 내내 9백85원대를 유지하다 하오 2시10분 갑자기 상승제한선인 1천8원60전까지 치솟았다. 일주일동안의 환율안정세가 얼마나 취약했고 시장의 상승압력이 엄청났는지는 하오 2시께 한국은행이 『방어선을 후퇴하겠다』고 밝히자마자 환율이 상승제한폭까지 뛰어오른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동안 무작정 달러를 방출하며 지켜왔던 인위적인 방어선은 의미를 상실했다. 지난주에 이어 『환율은 하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달러를 과다하게 보유한 세력은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고 경고해온 외환당국은 이제 되돌아갈 길마저 잃어버렸다. 외환당국은 『달러가수요만 없으면 환율은 안정될 것이며 지난주부터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외화예금에 잠겨있던 달러화가 시장으로 흘러드는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또 이렇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뒤통수를 때렸다. 지난주부터 반신반의하면서도 외환당국을 일단 믿어보자고 다짐했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제 폭발적인 환율상승압력을 여과없이 시장에 토해낼 전망이다. 외환시장이 예측불능의 투기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종합금융사들의 외화자금난은 하루하루 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길 정도로 극에 달했고 그 여파는 은행권으로 파급되는 형편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해외기업어음(CP) 상환도 당사자들의 장담과는 달리 쉽지않은 상황이다. 외환시장은 필사적으로 달러조달에 나서는 종금사들과 외화부채 상환을 앞둔 국책은행들까지 뛰어들어 잔뜩 부풀어오르고 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을 차입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점도 환율폭등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IMF자금 차입이 곧 국가경제의 파산을 의미한다는 시각이 강한 상태에서 이같은 논란이 결국 외환위기 가능성을 갑자기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17일의 갑작스런 환율폭등이 외환당국의 「일시적인 방어선 후퇴」인지, 「구조적인 상승압력에 굴복」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환율상승은 더 이상 없다』던 당국의 공언이 공언으로 돌아간 것만은 분명하다. 시장참가자들이 정부를 믿지않는 상황인 만큼 『안정은 없다』는게 금융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금리◁ 외환시장의 강요된 안정이 시장의 압력에 의해 무참히 깨져버린 17일 자금시장도 거래중단속에 금리가 폭등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지난주말보다 0.1%포인트 오른 연 13.40%를 기록했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금리상승폭보다는 회사채 거래가 아예 중단됐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연일 폭등세를 보이던 기업어음(CP) 금리도 연 16.88%로 지난주말에 비해 0.76%포인트 오른채 역시 거래가 중단됐다. 자금시장의 불안은 일차적으로 종금사들의 자금난과 맞닿아 있다. 외화부도 위기의 종금사들이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원화를 계속 빌리려는 상황에서 은행, 증권, 투신사등 기타 금융권의 자금사정도 계속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주에만 환매채(RP)방식으로 3조원가량의 자금은 풀었지만 외환시장에선 달러 방출을 통해 2조원대의 원화자금을 흡수, 결과적으로 시중에 나간 자금은 1조원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이 「자금부에서 풀고 국제부에서 빨아들이는」동안 시중의 유동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다는 설은 외환시장 못지않게 자금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할 경우 한국에 요구하는 금융산업개편의 강도는 우리 정부의 복안에 비해 훨씬 클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취약한 종금사나 일부 부실은행의 인수합병이나 자구이행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강력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온갖 수사를 동원한 장담에도 불구, 외환시장에서 힘없이 패퇴한데서 보듯 자금시장에서도 손을 들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장기투자물인 채권을 팔아치우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이나 단기물 보유를 늘리는 등 자금운용에 보수적인 것도 한국 금융산업의 불안정을 그만큼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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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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