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인프라 2000/기고] 문화자원의 관광상품화

「문화를 상품화한다」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 문화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없으며, 문화의 상품화는 자칫하면 문화를 저급화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적이든 전통적이든 문화는 한 시대, 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의 총체라고 한다면 문화는 모든 인간활동에 널리 편재(偏在)된 것이다.공장에서 생산하는 의복이나 가전제품의 디자인에도, 극장에서 보는 영화나 연극의 내용에도,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태도나 거동에도 그 사회의 문화적 색채가 배어있다. 무인도나 심산유곡이 아닌 곳이면 어디서든 그 사회의 특수한 문화를 접촉하게 된다. 따라서 문화를 경제는 물론 어떠한 사회현상과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정주지(定住地)를 떠나 다른곳을 여행하는 관광객은 원하든 원치않든 방문지의 이문화(異文化)를 체험하지 않을 수 없다. 예로서, 유럽의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궁전과 고성과 교회를 둘러보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구경하고, 저녁에 뮤지켤이나 연극을 관람한다면 그것은 이미 관광지의 문화를 짙게 체험하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그랜드캐년이나 호주 케언즈의 원시림과 같은 자연관광지를 구경하더라도 그곳 원주민의 고유문화를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문화와 연계되지 않은 관광은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외래 관광객에게 그 지역의 특이한 질높은 문화체험을 제공하여 방문객의 만족감을 높이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뿐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어떤 면에서는 문화관광을 통하여 그 사회의 문화적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경제적 소득도 올릴 수 있다면 문화발전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문화관광을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교통부에 속해있던 관광국을 옮겨 문화관광부에 속하게 한 것도 문화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한국사람들은, 특히 외국여행의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우리나라에는 외국관광객에게 보여줄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자조섞인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만리장성, 파리의 에펠탑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같은 웅장한 문화재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특이하고 다양한 유형·무형의 문화적 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현대예술과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한국인들의 특색있는 일상적 의식주 생활도 모두 문화적 현상이다. 이러한 모든 문화자원이 관광을 위하여 활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한한 문화적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이처럼 풍부한 우리의 문화자원을 어떻게 관광상품화할 것인가이다. 그 기본방향을 몇 가지만 제시한다. 첫째 문화적 유산과 유적지의 원형을 보존·전승·복원하는데 치우친 문화정책의 관심을 우리의 문화자원을, 그 원형을 살리면서 문화산업이나 관광산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데도 보여야 한다. 둘째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원래 의미를 찾거나 그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여 외국관광객이나 일반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의미를 재해석하는 노력을 크게 기울여야 한다. 셋째 문화자원을 관광상품하는데 있어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역점을 두어 우리 문화의 원형이 일실(逸失)되거나 변질되지 않게 하고 오히려 한국문화의 독특성과 다양성과 그 수준을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여러 문화자원을 엮어서 품위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상품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그것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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