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오픈소스·협력 바탕 3차 산업혁명 시대 왔다"

■ 공감의 시대 (제러미 리프킨 지음, 민음사 펴냄)<br>적자생존의 경제 패러다임은 끝나<br>공감 기반 공유·개방성 시대 진입<br>재생통한 '에너지 민주화' 예고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던 33명의 광부들은 69일의 지하생활 동안 희망적인 공동체 의식을 지속적으로 보여줬고 지난 13일 구출의 순간에는 서로 "친구 먼저 나가라"며 순서를 미루는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이들 칠레 광부가 보여준 기적적인 실화는 인류를 감동시켰다. 제한된 공간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이들은 토머스 홉스가 주장하던 '이기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투쟁하는 존재'가 아니었으며 존 로크가 말하던 '태생적으로 탐욕적인 인간'도, 제러미 벤담의 '쾌락을 최대화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도 아니었다. 오히려 앞선 시대의 철학자들이 외면했던 인간의 공감(empathy) 능력이 위기에 빠진 이들 안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최신작인 이 책을 통해 공감의식과 유대감에 관해 이야기한다. "경제활동은 더 이상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전의를 다지고 벌이는 적대적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통하는 선수들끼리 힘을 합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험이다. 나의 이익은 상대방의 손해를 대가로 얻어진다는 고전적 경제 개념은 물러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나 자신의 행복을 증폭시킨다는 개념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공감하는 인간, 즉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의 본성을 살펴보기 위해 고대 신화적 의식의 시대부터 기독교 문명의 발흥, 18세기 계몽주의와 19세기 이데올로기 시대, 20세기 심리학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공감적 특성의 발전 과정을 짚어본다. 특히 그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새로운 에너지 제도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맞물려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렵 채집 시대에는 구두 문화가, 농경사회에는 문자가 경제를 관리하는 소통 도구였다. 19세기에는 인쇄매체가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20세기는 전기통신이 2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적자생존과 부의 집중을 초래한 경제 패러다임은 끝났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오늘날은 공감을 기반으로 한 공유, 개방성, 협력의 세상으로 변화했으므로 "이제 세계는 경쟁의 시대를 지나 오픈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 '분산 자본주의' 시장으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오픈소스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와 무료 오픈소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디피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등 인류의 위기 상황을 진단한 저자는 "20세기가 참정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에너지를 손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엘리트 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분산 에너지로, 석유 지정학을 둘러싼 패권주의에서 에너지 협력관계로 변했음을 설명한다. 동시에 3차 산업혁명의 세가지 요소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발전소형 건물, 재생에너지의 저장법을 제시하며 '에너지 민주화'를 예고한다. GM이 스페인 아라곤 공장을 발전소형 빌딩으로 개조해 에너지 비용을 제로로 만든 것, IBM, 지멘스, GE 등 세계적인 IT 회사의 최근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리프킨은 앞서 '노동의 종말'(1995년)에서 첨단 기술이 화이트칼라의 직장을 빼앗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소유의 종말'(2000년)'에서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 국면에 접어든 현대 자본주의, '유러피언 드림'(2004년)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예고했었다. 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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