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들을 만나면 날이 갈수록 기업하기 힘들어진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는 프로슈머를 넘어서 전문지식을 가진 소비자가 상품 정보를 살피고 서로 공유하는 '리서슈머(researsumer)'로 발전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슈머는 자신이 관심 있는 소비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탐색한다. 특정 구매집단의 이해에 얽매여 생산자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프로슈머와는 또 다른 구매 행동으로 기업들을 긴장시킨다.
기업들은 똑똑해진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명민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하는 동시에 시시각각 바뀌는 소비자 감성에도 즉각 반응해야 하는 책무를 떠안게 됐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업이나 상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확산되는 속도를 보면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절대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느낀다. 기업 관련 정보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부정적으로 부풀려지며 사회에 알려지는 모습을 보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소비자가 시대를 바꾸고 있다고 하더라도 변함없는 것도 여전히 있었다. 바로 진심이 담긴 목소리, 진정성이다.
우연히 접한 제일기획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에는 필자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진심 다해야 위기에도 신뢰 얻어
해당 보고서는 올해 마케팅키워드를 'R.E.A.L'로 꼽았는데 이는 가상세계가 힘을 얻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이미지가 아닌 실체(Reality)가 중요하고 소비자가 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 체험(Experience)할 수 있어야 하며 진정성을 통해 진심(Authenticity)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아울러 소비자가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삶을 공유(Life Share)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이 보고서를 보면서 공감하는 동시에 의문을 가졌다.
네 가지 키워드 R.E.A.L 는 비단 디지털 시대에만 고려해야 하는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소비자의 생활 습관이 변하더라도 기업은 허상이 아닌 실체를 내놓아야 하며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진심을 다해 소비자의 삶 속에 제품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시대가 몇 번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필자는 아웃도어 업계에 50년 가까이 있으면서 시장의 당근과 채찍질을 몸으로 체득했다. 때로는 소비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장의 쓴소리를 들었던 제품을 고쳐 히트아이템으로 선보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기업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다양한 여러 목소리 가운데 절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업과 상품의 '진정성'과 '정통성'이었다.
요즘 들어 꾸준히 진심으로 소비자를 대한 기업은 설령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고 부정적인 화제에 이름이 거론되더라도 소비자는 쉽게 등을 돌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소문이 널리 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더라도 이 같은 원칙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을 다해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기업은 디지털 시대는 물론, 어떠한 시대가 오더라도 소비자의 선택과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칙 갖고 감성 나누는 덕목 필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정통성이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깨달은 것은 진정성이 바탕이 된 상황이라면 소비자를 위해 철저히 원칙주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야만 'R.E.A.L'이라는 가치를 꾸준히 지켜나가며 소비자와 감성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소비자는 기업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단지 올 한해만 'R.E.A.L'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계속해서 이 네 가지 키워드를 경영의 원칙으로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분명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힘으로 돌아와 지금보다 더욱 크고 가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변화무쌍하지만 기업과 진심을 나눈 소비자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