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자문위원회는 2일 10시간30분의 마라톤 회의를 가졌으나 핵심쟁점인 형사소송법195, 196조의 수사 주체와 지휘권 문제에 대한 단일 조정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검ㆍ경 내부위원으로 출범한 수사권조정협의체에 이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자문위마저 단일안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검ㆍ경이 조속한 시일내에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자문위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마지막 15차 회의를 열고 검ㆍ경측에서 제시한 5개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했으나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해 5개안을 모두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 검ㆍ경 양 기관장에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날 경찰측이 제시한 방안은 ▲검ㆍ경이 이원적 수사주체로서 경찰에 자율적수사권을 인정하되 예외적으로 검사의 지휘권을 인정하는 방안 ▲검사를 수사 주재자로 하되 경찰이 수사를 개시ㆍ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다.
검찰측은 ▲형소법 195, 196조 문제는 대통령 직속 등 특별기구를 설치해 별도논의하는 방안과 ▲검사를 수사 주체로 두고 검사의 지휘를 인정하되 지휘가 없는사안은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사를 개시토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자문위는 또 핵심쟁점인 형소법 개정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사건송치나 수사보고 등 이미 합의해둔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형소법 문제와 상관없이 곧바로 적용이가능하다고 보고 권고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일수 위원장은 "형소법 문제는 기관 간 권한분쟁이 아니라 인권과 국민의 안정된 삶에 대한 가치판단 문제여서 조정위가 결론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오늘 조정위 활동을 종료했지만 이견이 있는 부분은 사실대로 기재해서 보고서를 작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검ㆍ경은 자문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 간 논의를 통해 최종 합의안이 마련되면 이 결과를 김승규 법무장관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형소법 개정문제를 놓고 검ㆍ경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데다그동안 한 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 합의안 도출도쉽지 않아 결국 대통령 토론회 등 청와대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자문위는 이날 회의가 마지막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형소법 문제를 놓고 논의에논의를 거듭한 결과 제시된 5개 조정안을 2개로 압축하는데 성공했으나 검ㆍ경측 자문위원의 원칙론적 입장차로 끝내 단일 조정안 마련에는 이르지 못했다.
조정안이 2개로 좁혀지면서 한때 회의장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기도 했으나 결국단일안 도출에 실패하자 "더 이상 논의는 시간낭비다", "이렇게 갈 수 밖에 없는 게안타깝다"며 아쉬움 짙은 목소리가 회의장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자문위원인 서경석 목사는 김일수 위원장이 "이제 회의를 끝내고 언론에 최종결과를 알리겠다"고 하자 "이대로 끝내선 국민 앞에 면목이 없다. 한 달이 걸리더라도 좀 더 논의하자"고 제안,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또 회의 막바지에 형소법 문제에 대한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자문위 권고안에 18개 합의안을 포함시킬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해 검찰과 고성이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류지복 김상희 박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