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쉽잖은 미래 예측… "그래도 불가능하진 않다"

■ 거의 모든 것의 미래 (데이비드 오렐 지음, 리더스북 펴냄)<br>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날씨·富·건강 등에 대한 예측<br>과학·사회학적으로 풀어내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00년대 초에 이미 오늘날의 온라인 상거래를 예측했다. "런던 주민은 아침에 침대에서 차를 마시면서 세계 전역의 다양한 상품을 전화로 주문하고 그것이 일찍 문 앞에 배달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동시에 같은 방법으로 세계 어느 지역의 천연자원과 기업에든 자신의 재산을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100년 뒤를 정확히 내다봤다. 하지만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03년 미국 미시간저축은행 회장은 신생 자동차 회사 포드사에 대한 투자를 두고 "말은 운송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았지만 자동차는 그저 신기한 새 고안품일 뿐"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거리 어디에서도 말을 찾아볼 수가 없고 자동차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다. 토머스 왓슨 IBM 회장의 경우 1943년에 "세계 시장은 컴퓨터 다섯 대 만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단언했지만 그는 컴퓨터의 대중화와 '1인 1PC' 시대를 내다보지 못했다.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미래는 과연 예측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책은 그리스 델포이 신탁 시대부터 점성술이 판치던 중세를 거쳐 경제예측과 날씨예보가 일상화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걸어온 예측의 역사를 살펴본다. 나아가 예측에 얽힌 과학과 사회학을 분석하면서 특히 날씨, 건강, 부에 관한 과학적 예측을 다루고 있다. 거의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의 원유 정제시설을 강타했을 때 혹은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질병이 토론토와 홍콩을 뒤덮었을 때 사람들은 지형 파괴나 건강 염려 못지 않게 큰 경제적 충격을 체감했다. 지구 온난화라는 기상 이변이 환경 스트레스나 질병 전파 양상에 영향을 미쳐 경제활동에까지 타격을 입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에 대한 예측이 공통적으로 별의 움직임에 기반한 점성술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현대의 과학자들이 첨단의 기술과 인력을 동원해 정확한 예측에 매달리지만 예측은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또한 공통된 아이러니다. 저자는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가는 것은 '카오스효과' 때문이 아니라 날씨예측 모형 자체의 오류 때문"이며 "유전 정보를 토대로 질병 등을 예측하려는 노력도 수많은 매개변수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경제와 시장의 변동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개별 투자자들의 결정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학모형을 통해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저자는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진화의 과정을 거친 생물은 예측을 벗어나는 특성을 지니며 예측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도 일깨운다. 동시에 저자는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수학모형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을지라도 현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희망도 전해 준다. 3부로 구성된 책의 후반부는 날씨ㆍ건강ㆍ부의 개별적 흐름이 어떻게 지구의 장기예측으로 통합되는지를 살펴본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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