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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여성의류 업체인 한섬이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뒤 약진은 커녕 오히려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한섬이 올들어 신규 브랜드를 잇따라 내놓고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2년 간의 체질 개선 작업을 끝내고 '연매출 1조원 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특히 한섬은 내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신규 출점에 따른 직접적 수혜도 기대되는 만큼 외형 성장의 폭이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현대백화점 피인수 직후 지방시·발렌시아가·셀린느 등 핵심 수입 브랜드 계약 종료와 의류 시장 침체 등 대내외 악재를 동시에 겪었다.
한섬의 매출은 2012년 4,960억원에서 2013년 4,710억원으로 뒷걸음질쳤고 영업이익은 710억원에서 504억원으로 30% 가까이 급감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 실적 부진에 연연하기보다 '느려도 제대로 가겠다'는 현대백화점의 전략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섬 인수 뒤 인적 쇄신과 더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브랜드 개발을 꾸준히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현대백화점 DNA 이식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한섬은 지난해 초 현대백화점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김형종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역량있는 외부 인사를 두루 영입하는 등 한섬 임직원 중 디자이너의 비중을 인수 전 보다 10% 가량 늘렸다.
잡화와 남성복, 수입 브랜드도 확대했다. 기존 한섬의 사업 구조가 지나치게 여성복 위주여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코오롱FnC 쿠론 출신의 윤현주 디자인실장을 잡화사업담당으로 영입, 지난 2월 '덱케'를 신규 출시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벌써 12개 매장을 확보했고 한섬의 프랑스 파리 편집매장 톰그레이하운드에도 자리 잡았다.
또 랑방과 공동으로 랑방스포츠 브랜드를 출시해 럭셔리 시티웨어 시장 공략에 나섰고, 발리·벨스타프·지미추·MM6 등의 수입 브랜드와도 잇달아 계약을 맺었다.
한섬 관계자는 "새로 전개하는 수입 브랜드와 기존 브랜드를 더하면 확보한 수입 브랜드만 20개가 넘는다"며 "2017년쯤 수입 브랜드의 매출비중이 지난 해 13%에서 28%까지 늘어나 사업 구조 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 개선의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한섬의 올해 매출이 5,000억원대에 올라서는 등 성장세로 돌아서고 영업이익은 올해를 저점으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유통업계의 신규 매장 출점 효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부터 현대 송도·김포 프리미엄아웃렛과 판교 복합몰, 신세계 김해점, 롯데 수원·동부산·상암 복합몰 등이 줄줄이 오픈할 예정인데, 백화점 핵심 입점업체인 한섬이 자연스럽게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인수 이후 한섬에 매년 100억원씩 투자하고 있다"며 "3년 후 매출 규모를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게 그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