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월가 일각에서 제기해온 조기 금리인상 전망을 잠재웠다. 그는 18일(현지시간) "출구전략 등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는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비둘기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노동시장 등 실물경제의 회복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은 환호했다.
◇FOMC "2·4분기 이후 경기 반등"=미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현재 월 450억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지난해 12월 이후 정례회의 때마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또 현재 거의 제로(0∼0.25%) 금리인 초저금리 기조도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유지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달라진 것은 경기회복 낙관론에 더 힘을 실었다는 점이다. 연준은 이날 FOMC 성명에서 "미 경제활동은 연초 악천후에서 벗어나 최근 몇 달간 반등(rebounded)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전의 '점진적이고 완만한 속도로 확장' 등의 표현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비록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에서 올해 미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의 2.8∼3.0%에서 2.1∼2.3%로 하향조정했지만 이 역시 예상됐던 수준이다. 올 1·4분기 성장률이 혹한 등 악천후의 여파로 -1.0%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당초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나머지 3분기 동안 4%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연준은 2·4분기부터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며 내년과 2016년 전망치는 각각 기존의 3.0∼3.2%, 2.5∼3.0%를 유지했다. 아울러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기존의 1.5∼1.6%에서 1.5∼1.7%로 소폭 상향했다.
◇FOMC 성명 압도한 비둘기 옐런=하지만 FOMC의 '초저금리 지속' 방침에도 시장은 개운치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에서 매파적 성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새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내년 말 1.25%, 2016년 말 2.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의 각각 1.0%, 2.25%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오후2시30분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전해지면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는 옐런 발언에 상승폭을 확대하기 시작하더니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올랐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0.07% 하락한 2.65%로 마감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 등에 대한 구체적인 힌트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실업률·금융시장 등에 대해 비둘기적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는 "연준의 다수 위원들은 내년 중 첫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점도표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옐런 의장은 최근 실업률 하락에도 구직포기자 등을 감안하면 고용시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로 연준 목표치에 근접한 데 대해서도 "캘리포니아주의 감세혜택 종료 등 일회성 요인 탓에 데이터에 잡음이 있다고 본다"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주가 거품론에 대해서도 "대체로 정상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다"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 유지'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셈이다.
다만 미 경기 회복세가 가속화할 경우 조기 금리인상의 불씨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옐런 의장 역시 "시장은 경기 회복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인상 경로도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