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1일] 농업혁명…자동수확기

밀이 쌓이기 시작했다. 뿌린 대로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등공신은 매코믹(Cyrus McCormick)의 자동수확기. 작업속도를 5배 높여준 신제품은 일손이 없어 가축들이 뜯어먹도록 방치한 밀의 수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매코믹의 발명품이 선보인 것은 1834년 6월21일(특허취득). 25세 청년의 기대와 달리 수확기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12년간 실적이 고작 100여대. 특허분쟁 탓이다. 유사품이 나올 때마다 그는 소송에 온 힘을 쏟았다. 상대편 변호사 중에는 훗날 대통령에 오른 링컨도 있었다. 모든 특허분쟁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그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쳤다. 1847년 시카고에 공장 설립. 공장은 팽팽 돌아가 1865년까지 2만3,000여대가 팔렸다. 비결은 판매혁신. 당시로서는 고가인 120달러(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요즘 가치 2,831달러, 비숙련공 임금 기준시에는 2만6,987달러)짜리 제품을 팔기 위해 할부제도와 본사 직영 세일즈맨 제도를 처음 선보였다. ‘하루에 15에이커를 수확하지 못하면 돈을 돌려준다’는 약속도 농심을 파고 들었다. 매코믹의 성공은 발명 의지를 고취해 탈곡기에서 파종기에 이르기까지 수백 종의 농기계를 탄생시켰다. 영농기계화로 1840년 미국 인구의 70%를 차지하던 농업종사자는 1900년 10%로 떨어졌다. 반면 생산은 급증했다. 자동수확기 본격 발매 10년간 밀 생산량이 2배 늘어난 것을 비롯, 농업 전분야의 생산성이 향상됐다. 축적되는 잉여는 기업농을 탄생시켰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농업의 시발점 격인 매코믹의 발명은 172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을 흔들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한국행 티켓을 예매한 미국 농업의 융단폭격이 대기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