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도쿄`
한때 뉴욕, 런던과 더불어 국제금융센터로서의 명성이 드높았던 일본 도쿄에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미국 내 3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일본 현지법인의 인력을 절반이나 감축하는 등 일본에서의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전했다. BOA는 “일본 자본시장이 가까운 시일 내 중요한 기회를 줄 것 같지 않다”며 “일본의 금융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사업축소의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초에는 네덜란드 계열인 ABN암로,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콜이 주식 영업을 중단했으며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스위스 CSFB, 미국 JP모건체이스 등도 연이어 감원을 단행해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메릴린치마저 도쿄 지점 인력의 3분의 2를 정리, 일본 금융가를 급속 냉각시켰다.
신문은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이 같은 일본 탈출 원인은 일본 경제와 증시의 장기 침체에 따른 일본 시장의 상대적인 축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94년 아시아 자본시장에서 41%를 차지했던 일본 시장의 비중은 현재 14%로 줄어든데다 국내총생산(GDP)마저 아시아 전체 GDP의 51%에서 30%로 급감했다. 이외에도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 침체된 인수합병(M&A), 정치적인 정체 상태 등도 일본 시장 탈출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외국 금융기관들의 이 같은 일본 시장 철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있어 이채롭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최근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에 1,500억엔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메릴린치는 UFJ로부터 1,000억엔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이와 관련, 분석가들은 일본 경제가 조만간 재기할 수 있다는 한 가닥 믿음을 가지고 일본 자산을 헐값에 인수한다는 것이 이들 투자은행들의 장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