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이경우 한울 대표변호사

"과로사 실태파악 밤낮이 따로 없었죠"<br>'원진레이온'통해 노동분야 눈 떠… 국내에 산업재해 개념 도입 한몫<br>2002년부터 해외투자자문 강화… 틈새 시장개척 他로펌 추종불허"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자" 좌우명… 기상하자마자 54拜로 아침 열어



지난 90년대초 인조견사 생산업체인 원진레이온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유독가스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근로자들은 생산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최악의 근무여건에 시달렸지만 마땅히 호소할 곳도 찾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식있는 변호사들이 하나 둘 모여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그 결과 국내에 직업병 등 산업재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한울의 이경우 대표변호사도 원진레이온 사건에 참여했던 변호사로서 가장 열성적으로 매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국내 노동전문 변호사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국내 과로사 실태 처음 공론화= 80년대 후반만 해도 노동전문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귀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인권은 취약했던 셈이다. 이 대표는 원진레이온 사건 등을 통해 노동분야에서 잔뼈가 굵기 시작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변론 요청도 끊임없이 몰렸다. 사무실은 서울 구로공단 인근에 냈다. 노동자들과 밤을 새워 상담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의 일은 ‘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담은 물론 변론까지 무료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며 “하지만 함께 밤을 지샌 노동자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곤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노동자들과 상담하면서 그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해하게 됐고, 변호사로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산업재해에 관련해 공부하기 위해 91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은 노동시장 환경이 국내와 비슷했지만, 산업재해법이 더 발달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산재에 대해 본격 공부했고, 한일 노동복원세미나에서 국내의 과로사 실태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대표는 귀국후에도 과로사 상담센터를 설립, 노동자들의 과로사 실태를 파악하고 상담하는 데 ‘올인’했다. 이때 이 대표는 어느 덧 ‘과로사 전문 변호사’로 이름이 나 있었다. 언론들도 인터뷰 요청을 하는 등 유명세를 타게 됐다. ◇골수 운동권 경험도= 이 대표는 고등학교때부터 법조인을 꿈꿨다. 당시 향토봉사반이라는 교내 서클의 멤버였던 이 대표는 여름 방학마다 시골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 서클에는 대학에 진학한 몇몇 선배들도 자주 참가해 현실 사회의 문제점을 들려줬다. 이 때부터 이 대표는 막연히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그 때 만났던 대학 선배들 대부분이 법학과를 다녀 사회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법을 공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5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이 대표는 ‘참여연대’를 창설한 박원순 변호사와 인연을 맺고, 함께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변호사 생활 초기에는 주어진 사건을 처리하는데 급급했으나 점차 공익소송 사건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간간이 시국사견 변론에도 참여할 기회도 생겼다. 이 때부터 이 대표의 잠재된 ‘야성’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로펌은 사회의 울타리 돼야”= 20년이 더 넘은 지금, 이 대표는 그때의 야성을 간직하고 있을까. 그는 여전히 “로펌은 수익추구를 넘어선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소신을 강하게 갖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로펌이 기여해야 한다.” 이것이 이 대표의 변치않는 생각이다. 법무법인 한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한울의 사명은 “법률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사회에 웃음과 감동을 주자”라고 돼 있다. ‘한울’이라는 이름 역시 ‘모든 사람의 울타리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익’을 전혀 무시할 순 없다. 로펌 식구들도 늘고, 사회의 울타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입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개척 가장 적극적 = 한울은 다른 로펌에 비해 새로운 틈새 시장개척에 가장 적극적이다. 한울은 주력이 노동과 건설이지만, 2002년부터 해외이민, 해외투자 자문 업무를 강화해 지금은 이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다. 지난 해에는 항공우주법률서비스에 진출해 업계의 관심을 끌더니, 이제는 이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하고 있다. 한울은 항공사고, 항공기소음, 인공위성 발사에 관한 전반적인 자문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분야 시장은 아직 미비하지만, 한울이 가장 먼저 개척한 분야중 하나가 됐다. 이 대표는 “국내서도 항공 산업이 발전하게 되면 공항 주변의 소음, 고도제한 문제 등 법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까지는 준비단계지만 전망은 매우 밝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법과 현장의 조화=한울은 로펌업계에서 대표적인 ‘부티끄’ 로펌으로 통한다. 노동, 건설, 해외이민투자, 가족 등 대형 로펌과는 업무영역이 완전히 차별화돼 있다. 이 대표가 노동문제연구소·건설클레임연구소·건설법무연구소·여성법률상담소·항공우주법연구소 등을 세우고 다수의 현장 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건설 분야 같은 경우 변호사만으로는 완벽한 법률해결이 불가능하다. 건설의 전 과정을 꿰뚫는 현장 전문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의뢰인도 변호사와 관련 전문가가 상담을 해주니까 매우 좋아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요즘 로펌업계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대형화다. 소위 ‘돈’되는 M&A자문 시장에 진출하고 법률 시장 개방에 진출하기 위해선 최소 100여명 이상의 변호사는 확보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 대표도 타 로펌과의 합병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 로펌은 성장 속도가 좀 정체돼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전문화가 동반되지 않는 대형화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단순한 숫자를 늘리기 위한 합병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가족 같은 로펌=한울이 내세우는 가치는 크게 네가지다. ▦전문성과 실력 배양, ▦회사의 이익과 구성원의 이익 일치, ▦적극적이고 유괘한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 ▦신나게 일하고 멋지게 재충전하는 삶, ▦건강한 신체와 좋은 품성이 그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 로펌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직장이라는 점”이라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 한울 사무실에 들어서면 우선 화목한 가정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그는 “두달에 한번씩 변호사 전체 회의를 하는데, 모든 변호사가 돌아가면서 사회를 보도록 하는 등 최대한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가정에서는 좋은 남편, 자상한 아버지는 아닌 것 같다. 워낙 말수가 적고 유머감각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유쾌한 가장이라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며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54배로 아침을 연다=이 대표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다. 아침에 잠자리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54배다. 그는 “원칙적으로 108배를 해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절반으로 줄였다”고 웃었다. 20여분간 명상을 하며 하루일과를 계획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젠 단 하루라도 명상을 하지 않으면 머리가 붕 뜨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소박한 좌우명을 항상 머릿속에 새기며 산다는 이 대표의 말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젊음을 바친 그의 희생정신과 한울의 창창한 미래가 엿보인다.
노동·건설부문 두각… 올부터 기업금융부문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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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한울은
법무법인 한울(www.hanullaw.com)은 노동법과 건설법 분야에서 각각 실력을 인정받던 한울합동법률사무소와 동부종합법률사무소가 합쳐 2002년 설립됐다. 31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한울은 현재 노동ㆍ건설 분야뿐 아니라 항공우주, 금융, 가족법, 이민법 분야까지 업무영역을 넓히며 종합 로펌으로 성장하고 있다. 변호사는 물론 각 분야의 현장 전문가가 상담부터 소송까지 모든 업무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독특한 서비스는 한울만의 강점이다. 한울은 노동문제연구소ㆍ건설클레임연구소ㆍ건설법무연구소ㆍ여성법률상담소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토목공학박사ㆍ노무사 등 12명의 관련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항공우주법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캐나다 맥길대학 교수진을 자문위원으로 확보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울은 그동안 건설이나 노동, 가족법 분야에서 쌓은 명성을 착실히 다지면서 올해부터 기업금융 분야를 중점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 약력

▦1955년 경기 평택 출생 ▦1975년 경기고 졸업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연수원 14기) ▦1983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97년 미국 시애틀 워싱턴주립대학 잭슨스쿨 객원 교수 ▦1999년 고려대 노동대학원 수료(제6기) ▦2002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 ▦현재 법무법인 한울 대표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서울시 노사정위원회 서울모델협의회 공익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조정위원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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