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중일 바둑 영웅전] 산다는 보장이 없다

조훈현의 착점은 흑67이었다. 중앙의 허약한 흑대마를 방치하고 아예 손을 돌려 좌변 백진을 폭파하러 간 것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중앙의 흑대마를보강하는 것이 정수겠지만 그랬다간 좌변의 백진이 크게 형성되어 어차피진다고 보고 과감하게 좌변으로 달려간 것. “일단 괜찮은 작전 같습니다. 실상 중앙 흑대마는 호락호락 잡힐 말이 아 니니까요.” 기사회장 한철륜6단의 말이었다. 그는 대표선수단의 단장 자격으로 도쿄 현지에서 검토실을 지키고 있었다. 흑77을 보고 한철균6단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조국수가 역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최근의 성적이 왜나쁜지 알겠네요.” “무슨 말이죠?” 한국기원 편집부의 최진용 기자가 물었다. “조국수의 착점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어요. 흑77이 문제의 수예요.” 한철균6단은 그 수로 참고도의 흑1에 붙여 5까지로 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국후에 조훈현도 그 의견에 찬동했다. 역으로 백78이 놓이자 좌변 흑대마도 아직 미생이다. 85로 고개를 내밀었으나 언제고 백이 가에 찝어 각 박하게 공격하면 산다는 보장이 없다. 창하오는 그 공격을 감행하기에 앞서 사전 공작을 하기 시작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