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깨끗한 정치를 주창해 온 열린 우리당이 창당 100일도 지나지 않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남궁석 의원 부인의 금품수수혐의가 드러나고 강원도 철원ㆍ화천ㆍ양구 출마 후보자였던 정만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구속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일에는 롯데그룹의 불법자금이 창당자금으로 유입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이 최대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던 도덕성이 갈기갈기 찢겨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특히 우리당은 안희정씨의 불법자금 2억원이 창당자금으로 유입된 사실이 드러나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동영 의장은 5일 지역구 전주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긴급 당직자 전원회의를 소집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깨끗한 정치를 한다고 해놓고 이런 게 드러나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우선 당사를 빼고, 의원회관으로 가든지 안되면 천막이라도 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비상한 각오로 제2개혁의 길을 걸어야 한다 ”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정 의장은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며 우리당의 위기 상황을 인정하고 비상한 각오로 난국을 헤쳐나갈 것을 강한 톤으로 주문했다. 이어 당내로 유입된 2억원을 즉시 법원에 공탁할 것과 당사 이전 작업을 서둘러 줄 것을 지시했다. 정 의장은 “호화당사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총선을 치를 수 없으며, 불법자금이 유입된 당사를 깔고 앉아 1당이 될 수 없는 만큼 오늘부로 당사퇴거를 준비하라”며 “내 마음 같아서는 다음주 월요일(8일)에는 폐공장부지로 가든, 천막을 치고서라도 떠나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는 이어 “(불법자금 유입) 사실을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만큼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고 반성한다“면서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하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오늘부터 곧바로 이삿짐을 싸서 이사할 곳을 물색해 당사퇴거를 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당은 이날 회의직후 2억원을 법원에 공탁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여의도 당사를 이전하기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또 지난 대선때 지구당에 지급된 불법자금도 자체조사과정을 거쳐 국고에 환수키로 했다. 그러나 우리당의 환골탈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공세를 피할 길은 없어보인다. `깨끗하다더니 다 썩었잖아`라며 우리당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국민들은 더 큰 부담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열우당은 `검은 돈`으로 만들어진 `검은 당`”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