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에서 상대 자책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한국은 18일 이란과 최종예선 8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무언가 찜찜하다.
‘티키타카’ 축구를 추구했던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최강희 감독이 ‘대타’로 나선 한국 축구는 세계 축구의 흐름과는 역행하는 듯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최 감독의 전술이 “1970년대 축구로 회귀한 것 같다”며 혹평하고 있다. 지적대로 현재 대표팀의 주 전술은 장신 공격수의 머리를 겨냥한 긴 패스 위주의 단순한 공격패턴이 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에서 ‘해볼 만한 상대’로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대표팀은 지난해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호주 평가전(1-2패)과 지난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4패)까지 3연패를 맛보기도 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3연패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0-1 패)과 터키와의 3-4위전(2-3 패), 같은 해 11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2-3 패)까지 세 경기에서 내리 패한 이후 11년 만이었다.
하락세를 거듭한 최강희 호는 11년 만의 3연패와 더불어 20년 만에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때까지 본선 진출을 확정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또 남겼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무대를 처음 경험한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발점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의 순간은 단연 1993년 10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펼쳐진 ‘도하의 기적’이었다.
한국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인 북한을 3-0으로 꺾은 뒤 일본이 이라크와 2-2로 비기면서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한국은 일본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힘겹게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탄탄대로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최종예선 5차전에서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하며 6차전 최종 전을 여유롭게 치를 수 있었다. 또 허정무 감독이 이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최종예선을 2경기 남겨 놓은 6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하며 아시아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비록 승점 1만 확보해도 본선에 오르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최종전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막판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도하의 기적’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 축구의 씁쓸한 현주소다.
한국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18일 오후9시 이란과의 경기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