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경기침체에 몸 낮춘 FRB '매파'

"금리인상 서두를 필요 없다" 잇단 발언…비둘기파에 힘 실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요구해온 ‘매파’ 인사들이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상품 가격이 하락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고 갈수록 악화하는 하반기 미국 경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FRB 내부에서 ‘매파’의 입지가 약해지고 ‘비둘기파’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지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며 “미 경제가 ‘무기력증’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면서 2% 금리동결 결정에 홀로 반대표를 던지는 등 그동안 금리인하 및 동결 결정에 반대해온 대표적인 매파 인사다. 피셔 총재의 ‘제로 성장’ 발언은 미 경제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으로 앞으로 FRB 내부에서 매파의 목소리가 후퇴할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그는 또 “현재 신용경색은 지난 1980년대 말의 저축대부조합(S&L) 파산사태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게리 스턴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며 “FRB가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매파로 분류되는 스턴 총재는 “지금처럼 에너지 가격 하락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종전의 예상치보다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 경제와 신용시장이 치유되기 전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며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FRB가 행동에 나설 시점이 다가왔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로 판단된다”며 금리인상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음을 시사했다. 물가상승 억제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두는 ‘비둘기파’ 인사들은 섣부른 금리인상이 화를 좌초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주택시장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으며 주택시장 위기가 전체 경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말해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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