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과징금 부과로 제재 실효성 키우고 부족한 재원마련 효과

■ 박근혜대통령 "주가조작 근절" 발언 이후<br>새정부 강조한 지하경제 양성화와도 일맥상통<br>금융위-법무부 입장 갈려 당장 도입은 미지수


새 정부가 과징금 제도 도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감독체제하에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행위 자체를 뿌리뽑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과징금 제도 도입이라는 카드를 다시금 꺼낸 것이다. 과징금을 부과하면 형사처벌에 앞서 주가조작 등으로 벌어들인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의미가 있어 새 정부가 강조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 마련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금융 당국과 함께 도입을 추진해야 하는 법무부가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당장 과징금 제도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불공정거래 근절 위해서는 과징금이 필수=현재 주가조작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는 법무부 소관의 형벌제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한 뒤 실제 형사처벌까지 최소 2~3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고 기존 과징금도 공시위반 등 일부 영역에 한해 최고 20억원으로 제한돼 있는 등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미 지난해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왔다. 현행 감독체제상 제재 자체가 약해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강화에도 불구하고 시세조종 등에 나서는 작전세력이 판을 치면서 검찰에 고발되거나 통보되는 죄질 나쁜 불공정거래행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당국이 검찰에 고발ㆍ통보한 불공정거래행위는 총 180건으로 2011년(152건)보다 34건(16.2%) 늘었다. 2009년 142건을 기록한 뒤 2010년(138건) 다소 줄었다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불공정거래행위의 10건 가운데 9건이 새 정부가 지목한 주가조작 사례로 지난해의 경우 부정거래(30.6%)와 시세조종(42.2%), 미공개정보이용(21.7%)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형사처벌에 앞서 즉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가해지는 만큼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징금 제도는 부당이득을 환수해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강조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당장 도입될지는 미지수=새 정부가 출범 전 과징금 제도 도입 등을 담은 '자본시장제도 선진화' 등을 새로운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채택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이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각종 주가조작에 대한 처벌 의지를 직접 밝혀 과징금 제도 도입에는 탄력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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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징금 제도 도입이 빠른 시일 내 현실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을 산이 많다. 가장 큰 벽으로 제기되는 부분은 실무부서인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합의점에 도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투자자 보호와 처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해야 한다(금융위)'와 '남용의 소지가 있다(법무부)'는 의견 차이로 지난해 과징금 제도 도입 협의 자체가 무산된 바 있어 실제 과징금 제도가 도입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도 양측이 도입 취지에는 공감의 뜻을 표하고 있으나 금융위 측에서는 "적극 추진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 반해 법무부 측은 "검토한다"는 소극적 입장을 고수하며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측은 "불공정거래의 범위가 다소 모호하다는 측면이 있다"며 "자칫 금융감독 당국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되면서 불공정거래행위를 잡으려 하면 국내 자본시장 내 투자자들의 거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불공정거래행위를 제대로 조사하는 시스템 마련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후 과징금 제도 도입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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