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청소년 금융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더군요. 우리나라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현명한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돈 관리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활동이 더욱 늘어나야 합니다.”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에서 근무하며 사내 금융교육자원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재선(37ㆍ사진) 미국변호사는 15일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요-공급 곡선 같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만을 배우고 졸업한다”며 “그러나 실제 살아가면서 필요한 돈 관리 방법이나 기본적인 금융에 대한 지식은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가 청소년 금융교육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로스쿨 재학 시절 보스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을 때다. 당시 연방은행이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금융 지식을 쉽게 가르칠 수 있는가를 교육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책자에 대한 법률검토 과정에 참여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다 올 초 회사에서 금융교육 자원봉사단 모집 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하게 됐다. 양 변호사는 “미국에서의 경험 덕분에 금융교육을 통해서도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이 만만치는 않았다. 처음 방문했던 광주 북성중학교에서는 수업을 하듯 은행의 역할과 금융 시스템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더니 학생들의 절반가량은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다. 그는 “첫 수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업 내용을 학생들의 생활에 밀착시키려고 노력했다”며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내용은 돈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이라고 판단해 계획성 있는 용돈 지출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 내용을 바꾼 후 학생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그는 “학생들과 용돈을 어떤 식으로 계획해서 쓰는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안 갚는 친구가 있는지 등의 생활 속 소재로 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며 “학생들도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고 나름대로 신용, 저축, 계획성 있는 용돈 관리 등 의도했던 주제들을 잘 기억해준다”고 말했다. 금융교육에 참여하면서 양 변호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의 대화도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가 어떤 물건을 사고 싶다고 했을 때 ‘왜 사야 하는가’ ‘반드시 사야 하는 물건인가’ 등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 그는 “무조건 돈을 아껴쓰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의 소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아이가 절제를 배우는 동시에 정말 좋아하는 일에는 투자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길 기대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양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제조업체에서 해외구매업무를 담당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이스턴 로스쿨을 졸업했다. 지난 2005년 11월부터 한국씨티은행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