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경영전망 및 투자현황 설문조사를 보면 국내 성장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설문조사는 1년에 2회 연말과 하반기에 실시되는데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지난해 말과 올 하반기 조사 때보다 상승한 것이 그 중 한 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경기가 나쁘더라도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비중이 71.7%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내년에 가장 우려하는 경영변수로 환율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특히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 한반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실시된 것이어서 북한 리스크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환율 불안이 글로벌 경기부진과 북한 리스크 눌렀다=내년 공격경영을 예고한 우리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국내 경제의 변수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33.0%)가 환율을 지목했다. 2위는 세계 경제회복 부진(22.6%), 중국 경기둔화가 12.3%로 3위를 기록했다. 북한 리스크라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6.6%에 불과했다. 특히 환율이라는 응답은 거의 전업종에서 최고 높은 비중을 기록했고 북한 리스크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총성 있는 전쟁보다 총성 없는 환율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내년 경영의 주요 변수로 꼽힌 것이다. 이런 우려는 글로벌 경영변수에서도 그대로 녹아 있다. 글로벌 환율전쟁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무려 98.1%가 '발생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내년에 남유럽발 재정위기 재연을 주요 글로벌 변수 1순위로 꼽았다. A기업 임원은 "환율을 우려하는 것은 원고(高)가 일시적 강세를 벗어나 지속 강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며 "내년이 본격적인 첫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부진, 내수침체, 그리고 북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환율이라는 얘기다. 기업이 감당할 만한 원ㆍ달러 환율 수준은 1,100원대에서 1,000원대가 무려 76%에 달했다. 특히 건설ㆍ자동차ㆍ물류ㆍ제약ㆍ유통 등 업종의 경우 환율이 1,0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 아예 버티기 힘들다고 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보면 한마디로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환율이 1,0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환율에 취약한 국내 기업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선 정책과제로 외환시장 안정 꼽아=환율에 대한 기업의 우려는 정부 정책 건의 항목에도 포함돼 있다. 내년 경기정책의 초점을 묻는 질문에 규제완화와 외환시장 안정이 각각 22.5%로 1위를 기록한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그 다음 내수부양이 21.6%로 뒤를 이었다. 과거 설문조사를 보면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수부양이 단골 1위에 등재됐다. 외환시장 안정이 1위에 오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환율을 보는 기업들의 시각이 다급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마도 내년에는 환율에 우는 기업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환 헤지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경영성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74%가 예상 수준이거나 예상보다 다소 상회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답했다. 경영성과가 예상보다 좋았던 가장 큰 이슈에 대해서는 수출확대가 57.1%로 가장 높았다. 반면 내수호조 10.7%, 환율ㆍ금리 효과 7.1% 등의 비중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