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4월 8일] 줄기세포와 천안함

지난 2005년 11월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터졌다. '한국을 빛낸 과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전국민의 우상이 됐던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5년이 지난 2010년 3월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에서 느닷없이 침몰했다. 전혀 다른 분야지만 두 사건에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점이 눈에 띈다. 전문 분야에서 터진 사건 탓일까 각 분야에 대한 국민의 전문지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언론의 의혹 보도로 터진 황 박사 사건은 사이언스지의 취재로 일파만파 커지면서 장기전에 돌입하는 바람에 줄기세포 복제는 물론 줄기세포 복제가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체줄기세포 복제 등에 따라 연구가 다르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 될 정도였다. 천안함이 침몰한 후 국민들은 사건 이해를 위해 초계함(哨戒艦)의 사전적 의미와 역할을 시작으로 함미와 함수, 기뢰와 어뢰의 차이 등 대형 군함의 선체 관련 지식과 군함 침몰의 원인과 인양과정 등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생물학과 군사학ㆍ조선학 등 분야는 다르지만 국민들은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상식을 터득하게 됐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알아야 할 것도 많은 나라다. 사건이 터지고 해결돼가는 초기과정도 닮아 있다. 핵심을 정확하게 겨냥하지 못하고 주변부만 맴도는 전문가로 구성된 책임자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5년 전 생물학연구단체인 BRIC의 일반 연구원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황 박사 연구의 의혹을 조목조목 밝혀내는 동안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책임자들은 슬그머니 사건을 감추고 싶어했던 모습을 드러내 보는 사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천안함 사태를 접근하는 정부와 군 당국의 책임자들도 과연 전문가들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데 사력을 다하는 대신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원활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데 포커스가 맞춰진 듯한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초기에 진실을 덮으려 했으나 결국 더 커져버린 5년 전 사건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족 하나. 정부가 제작한 TV 공익광고에 '설명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나라 대한민국'라는 문구가 나온다. 혹시 '설명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의문투성이) 나라 대한민국'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지. 지금 해외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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