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겨운 장마… 서민들 "죽을 맛"

노점상 손님 발길 끊겨 먹고 살 일 막막<br>택시기사들 "사고나느니…" 운행 꺼려<br>피서지 민박집들은 예약 취소에 '울상'

불경기로 가뜩이나 힘든데 유난히 긴 장마로 서민들의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27일 중부지방에 다시 집중호우가 내리자 재래시장과 노점상에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소상인들은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장대비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도로를 운전하는 택시기사들의 어깨는 딱딱하게 굳었고 피서지의 민박집에는 예약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은 떨어지는 빗방울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 시장 G상회의 한 상인은 “여름철에는 원래 손님이 많지 않지만 이렇게 심한 것은 처음”이라며 “평소보다 매출이 30%는 줄어들었고 아예 가게 문을 닫고 한달 동안 휴가를 내는 상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유난히 비 피해가 심했던 경기도 고양시의 원당재래시장 상인 한모(37)씨는 “배수시설을 정비하는 상황에서 다시 비가 내리니 당혹스럽다”며 “휴가철이라 장사도 안되는데 장마까지 길어지니 먹고 살기조차 힘들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곳에서는 젊은 상인들은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노인들은 장사를 하러 나오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한씨는 “이 시장에 유독 할머니 상인들이 많은 편인데 비가 오니 몸이 쑤시고 아파서 아예 시장에 못 나오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재래시장은 나은 편. 노점상들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용인 지역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노점상 연합회에서 트럭을 준비해 언제든지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대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비가 조금 내리면 포장마차가 오히려 잘되는데 이렇게 쏟아지니 아예 가게 문을 열 수도 없다”며 “사정을 호소할 곳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택시회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서울 강북의 D운송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사들이 운행을 꺼려해 장마철 운휴율이 30% 정도는 된다”며 “위험하고 장사가 안된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으니 영업을 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모(32)씨는 “긴장한 채 빗길을 자주 운전하다 보니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 치료까지 받고 있다”며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은 하루 쉬는 것이 차라리 돈을 버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민박집에도 이번주 말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지역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J민박예약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말 예약취소가 오늘만 벌써 10건”이라며 “경기가 좀 좋아지나 싶었는데 다시 비가 내리니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장대비가 서민들의 가슴에 피멍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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