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잇단 경기부양에 빚 눈덩이

[긴급진단 위기의 일본경제]아킬레스건 재정적자불과 10여년 전 미국 경제를 제칠 것 같은 기세로 급성장하던 일본경제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지난 10년간 경기 부양을 위해 시행된 온갖 경제정책들은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남은 것은 천문학적으로 부풀어오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정부 부채뿐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한 신뢰 회복 없이는 일본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해 2만엔을 웃돌던 주가지수는 1만2,000엔대까지 무너지고 엔화 가치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군림해 온 일본 경제이 왜 이 지경에 빠졌고 어디까지 추락할 지, 일본이 직면한 위기를 현안별로 긴급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일본의 재정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 재무성 장관의 발언이 지금까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마'하는 우려를 자아내던 재정파탄 가능성을 일본경제 최대의 현안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미야자와 장관은 재정문제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일본의 재정이 파국에 근접한 상태"라며 근본적인 재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일본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재정적자가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정부가 시인한 것이다. 만일 미야자와 장관의 우려대로 일본이 재정파탄에 빠질 경우 일본 경제는 국가신용도의 추락과 이에 따른 금리 급등, 기업들의 자금난 가중, 개인 소득과 소비의 급감 등의 연쇄 작용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한층 심화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현재 일본의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떠안고 있는 공공채무 잔액은 약 666조엔. 국민 1명당 약 500만엔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미국 등 선진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GDP대비 올해 재정적자 추정치도 7.7%에 달해 G7 가운데 최악의 지경. 일부에선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과 공동출자한 기업이나 특수법인 등 정부 채무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분야를 총망라할 경우 정부 채무는 약 800조엔에 달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빚더미에 오른 것은 지난 90년대의 경기 침체 때문. 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붕괴하자 일본 정부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92년 이래 10회, 총 129조엔 규모에 달하는 경제대책을 쏟아냈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 왔다. 일본의 경제주간지인 다이아몬드지(誌)에 따르면 666조엔에 달하는 정부 채무 중에서도 공공사업의 자금원이 되는 '건설국채'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적자국채' 등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 정부가 발행한 채권 규모가 절반을 넘는 365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파탄에 대한 위기의식은 상대적으로 희박한 실정이다. 해마다 쌓이는 경상흑자 덕분에 대외적으로는 자금이 남아도는 입장인데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대부분은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어 일단 경기가 회복되면 문제가 금새 불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이 머지않아 경상적자로 돌아설 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일부에선 일본이 오는 2010년께 적자국으로 전락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는 경상흑자를 이유로 재정적자를 방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재정 파탄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선 재정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와 규제 완화 등 경제 활성화 를 위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재정 보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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