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7개국 중앙은행 금리인하] 각국 금리인하 공조 배경·효과

전례없는 동시다발 조치… "약발은 두고봐야"<br>"유동성 경색 더이상 방치 못해" 위기감 발로<br>"금융기관 부실 해결문제 남아 우려 여전" 전망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히든 카드.’ 미국과 유럽 등 7개국이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공조한 것은 더 이상 금융시장의 유동성 경색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동시에 각국 은행들이 최근 취해온 일련의 유동성 공급조치 중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서방 7개국이 전격적으로 금리인하에 공조한 것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지난 1937년 이후 최악의 급락이 발생한 직후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까지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한 것은 유례가 없다. 핌코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인하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대한 움직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금리인하 조치의 약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만큼 메가톤급 파괴력을 나타낼 조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서 벌어지는 상황에도 효력을 보일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웰스캐피털의 개리 슈로스버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평상시 같으면 금리인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하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심인 지금 상황에서는 시장의 염려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유럽 및 미국 증시에서는 금리 전격인하에 대해 신뢰의 눈길을 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만큼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전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성장률 전망이 더 나빠졌고 경기하강의 위험이 커진 만큼 현재의 통화정책이 적절한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FRB는 이날 성명에서 “현재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속적인 긴밀한 협의를 했고 금융시장의 경색을 줄이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전례 없는 공동 조치를 취하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법안 발효, 기업어음(CP) 매입 등 가능한 카드는 모두 동원했지만 금융위기는 유럽으로 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돼 금리인하 카드를 기정사실화했던 것. 효과가 반감된 만큼 시장에서는 또 다른 대책을 기다릴 자세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수석전략가인 찰스 디벨은 “각국 중앙은행이 마침내 현 상황의 중대함에 눈을 떴다”면서 “이번 금리인하가 마지막은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유럽 중앙은행들의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가 금융 부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후 등장할 대책은 실물에 대한 우려감 종식이다. 이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로 급격하게 파급된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하향 조정했고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손실규모가 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상품시장이 안정된 것도 금리인하 조치를 펼칠 수 있게 만든 배경이다. 한때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던 국제유가가 9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고 곡물가격도 안정세를 찾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진 것도 금리인하에 소극적이던 유럽중앙은행(ECB)의 동참을 이끌어낸 요인으로 작용했다. EC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하락하는 등 역내 많은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면서 전격적인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스코트만 캐피털 회장인 빈스 파렐은 “ECB로서는 금리인하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는 한참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통화정책은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것. 최근 발표된 은행 위기에 관한 IMF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통화정책은 잘해야 중립적인 효과밖에 없다. FRB와 미 재무부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지만 종전의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CNBC는 분석했다. 사토스 오드리스콜은 “FRB는 신용시장이 붕괴됐을 때는 최후의 대부자가 돼야 한다”면서 “현 금리는 과거 여러 번의 금융위기 때 FRB가 설정한 목표 금리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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