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의 '실용노선' 행동으로 실천해야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10ㆍ4정상선언의 철저한 이행과 남북경협 확대를 역설한 것은 ‘실용노선’을 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를 인정하고 새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에 발을 맞춘 셈이다. 노동신문 등 3개 주요 매체에 실리는 공동사설은 국가 기본정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선거 후 2주 동안 침묵을 지켜온 북한의 긍정적 반응은 생존을 위해 ‘현실’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공동사설에서 지난해 신년사설을 장식했던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을 비판하는 선동이 사라진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다. 독선에 가득차고 ‘선군영도’ 등을 앞세운 데는 변화가 없지만 평화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자고 한 인식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먹고 사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그만큼 절박해진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북한에 대한 신뢰’로 연결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신년사설에서 관심의 대상인 북한 핵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북한이 실용노선을 택해도 핵폐기 없는 남북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실용노선 선택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관망하기 위한 시간벌기 작전이라는 의구심도 든다. 북한은 지난해 말이 시한인 핵시설 불능화 신고 등의 약속을 어겼다. 남한 국민은 남북관계가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불신 때문이다. 남북경협도 말이 경협이지 남한의 일방적 퍼주기식이었다. 지금까지 수조원을 퍼주었지만 남한 기업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신년 공동사설에서 역설한 것처럼 경협을 확대하려면 핵폐기를 통한 신뢰회복과 함께 주고 받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미국이 북한 핵 해결에서 실용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해 대북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실용노선도 인정 받으려면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남북 평화공존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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