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골프는 대결아닌 석쟁의 게임

골퍼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골프를 스포츠의 하나로 대하는 것이다. 스포츠란 본질적으로 대결의 게임이다. 대결에는 반드시 승패의 판가름이 난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안되는데, 상대방을 쓰러뜨려야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이 대결구도에서 모든 갈등과 마찰이 태어난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갈등과 마찰은 승패가 결판난 뒤에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승자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만 승리에 도취돼 자만에 빠지거나 언제 닥칠 지 모를 복수의 불안에서 헤어날 수 없다. 반면 패자는 쓰디쓴 패배감을 맛보긴 하지만 패배에 승복하고 더 나은 게임을 위해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골프는 수많은 스포츠 중 가장 고독한 게임이다. 마라톤이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고독한 게임이라고 하지만 승부는 한 사람의 승자와 수많은 패자로 갈린다. 그러나 핸디캡을 인정하는 골프는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핸디캡을 기준으로 게임을 한다. 그래서 더욱 고독하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대상없는 고고한 승리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대결구도의 쟁투로 인식하는 골퍼는 영원히 골프의 진수를 깨닫기가 힘들다. 골프를 쟁투를 푸는 석쟁(釋爭)의 게임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골프의 진수에 도달할 수 없다. 동반자는 물론 자연조건들, 골프도구들, 많은 장애물들과의 대립·대결관계를 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조화를 추구할 때 골프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융자금을 얻기 위해 은행원을 찾아갔다. 서류검토가 끝난 뒤 은행원이 말했다. “당신에게 융자해줄 수 없소. 그러나 한번 기회를 주겠소. 자 내눈을 잘 보시오. 두 눈 가운데 한쪽이 유리눈인데 어느 쪽이 유리눈인지 알아맞히면 융자해주겠소.” 그 사람은 잠시 은행원의 눈을 보았다. “오른쪽 눈이 유리눈이로군요.”“선생, 오른쪽 눈이 유리라는 것을 어떻게 아셨소?”은행원이 놀라서 묻자 사내가 말했다. “글쎄요. 당신의 오른쪽 눈이 왼쪽 눈보다 더 자비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요. 이 눈은 틀림없이 유리눈일 거라고.”(오쇼 라즈니쉬의 ‘지혜로운 자의 농담’중에서) 자아가 끼어들지 않은 유리눈은 맑고 자비롭다. 자아를 고집할 때 거짓과 욕심이 잉태된다. 나를 내세우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바로 투쟁이다. 투쟁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자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無)가 되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투쟁은 무의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방민준 편집국부국장입력시간 2000/04/0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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