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非강남권 주민들의 설움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기자의 눈] 非강남권 주민들의 설움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 "우리의 잘못이라야 돈 없고 힘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대형 건설업체 A사를 상대로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결국 패소한 봉천동 B아파트 주민 전철순씨의 푸념이다. 전씨와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같은 아파트 600여가구 주민들도 힘없는 설움을 삼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A사가 인근에 총 18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공사를 시작하면서 소음피해에 시달렸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소음에 항의한 주민들에게 건설사는 가구당 70만원의 보상금 요구를 묵살한 뒤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배짱을 부렸다. 시선을 강남으로 옮겨보자. 지난 4월 일조권을 둘러싸고 도곡동 대림 아크로빌 주민들이 타워팰리스 3차를 건설 중이던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삼성측이 거액의 보상금을 약속했기 때문. 취재 결과 보상금은 평당 1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60평 아파트 소유자에게 1,000만원에 달하는 보상금이 주어진 셈이다. 봉천동 주민들에게는 꿈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봉천동 소송에서 재판부는 비록 '피해증거 부족'을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판결 전 A사에 주민들과 원만하게 합의할 것을 3차례나 종용했다. 그러나 A사는 소음ㆍ일조권 피해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국내 법원의 보수적 판결 추세를 예측한 듯 '버티기'로 일관했다. 반면 아크로빌 사례처럼 건설사들은 고위 인사들이 집중된 강남권의 소송에서는 '소송 만능주의'가 아닌 '합의'에 더욱 신경을 썼다. 소음ㆍ일조권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최기엽 변호사는 강남과 비강남권 주민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강남권 소음ㆍ일조권 소송에서 건설사들이 중간에 피해 주민들과 합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사장만 가봐도 분진막ㆍ방음벽 등 기본 시설조차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대형 건설사들에 강남권과 비강남권 주민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주택은 국민의 행복권과 직결되는 상품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이중적 태도 때문에 '돈 없고 힘없는' 비강남권 주민들이 물질적 피해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입력시간 : 2004-07-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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