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車내수시장 '때아닌 한파'

무더위·노조 파업 장기화로 고객 발길 '뚝'<br>일부업체 이달 판매 지난해比 12%나 줄어<br>영업장 "구매수요 언제 살아날지…" 한숨만



한여름 폭염이 내리쬐는 17일 오후. 강남의 한 자동차 매장에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만 손님을 맞이할 뿐 매장 내는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기자를 맞은 영업사원은 모처럼 손님이 찾아온 탓인지 반색을 하고 다가왔지만 이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0년째 자동차 영업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통상 한여름 휴가철에는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8월 중순을 넘어도 좀처럼 손님을 보기 힘들다”며 “날씨도 무더운데다 노조파업 사태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다 보니 도대체 탈출구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동차 내수시장이 올해 유난히 지독한 폭염과 주요 자동차업체의 파업사태 장기화 여파로 때 아닌 ‘한파’를 맞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월초 생산라인을 멈추고 일제히 휴가에 돌입한데다 기아ㆍ쌍용차 등의 파업사태로 고객들의 발걸음이 뚝 떨어지면서 판매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이날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내수시장 판매실적(출고기준)이 총 6,650대로 전년 같은 기간(5,800대)에 비해 12.8%나 떨어졌다. 기아차는 노조가 지난달 18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총 80시간의 파업을 벌여 1만9,000여대의 생산차질과 2,90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으며, 이 여파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내수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일주일간 공장을 멈추고 일제히 휴가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더라도 판매실적이 유난히 나빠지는 추세”라며 “특히 노조파업 여파로 생산차질이 심화되면서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한여름 폭염이 길어져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부터 노조가 옥쇄파업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쌍용차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쌍용차는 이미 한달여 이상 이어진 노조파업으로 9,390대의 생산차질을 빚은데다 파업 여파로 사실상 판매망마저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이달 판매실적조차 집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은 국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7월 한달간 계속된 노조의 파업 여파로 내수와 수출 모두 급격한 하향 커브를 그리며 GM대우에 ‘월별 판매실적 1위’ 자리를 내준 현대차의 경우 이달 들어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판매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으나 내수침체 장기화와 폭염 등의 영향으로 당초 기대했던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 GM대우 등 다른 업체들도 한여름 비수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강북지역 영업소의 한 관계자는 “비자금 사건과 노조의 장기파업 여파 등으로 고객들의 불안감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 한여름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자동차 구매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신형 아반떼 등을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내수가 정상궤도에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같은 자동차 내수시장의 침체에는 저렴한 연비로 한때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유가급등 여파로 매력을 잃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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