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편법 부추기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도록 현행 상속세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상속과세제도의 합리적 개편방안’에 따르면 “시장경제체제를 기본적인 경제질서로 하는 나라들 가운데 최근 상속과세를 폐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면서 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가 이미 상속세를 폐지했고 미국도 오는 2011년부터 증여세만 남기고 유산세는 폐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소득세를 부담하면서 축적한 재산을 다시 상속과세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지적하고 우리나라가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상속과세를 대폭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서 벗어난 것으로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삼성ㆍ현대차그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의 경영권 상속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이다. 무엇보다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무겁다 보니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상속세제대로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어렵기 대문이다. 최근 몇몇 대기업에서 말썽이 되고 있는 계열사를 통한 부의 축적 등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피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상속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대주주가 적은 지분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상호출자와 같은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선진국들처럼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상속세율을 현실에 맞게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완전포괄주의’를 개선해 ‘항목별 포괄주의’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시가차익 30% 이상일 경우 증여세를 소득세로 대신하고 비상장주식의 시세차익에 대한 증여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해 나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축적된 부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반시장경제적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평등주의는 생산성 향상을 저해할 뿐더러 기업을 하려는 의욕을 꺾어 경제발전에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점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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