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기업 실적개선은 대규모 감원 덕"

인텔등 순익 급증… "투자 위축으로 경제회복 걸림돌" 우려도


글로벌 기업들이 예상을 넘는 3분기 실적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선전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감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따른 것이어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인 인텔은 지난 3분기 19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 월가 예상을 뛰어 넘었다. 매출액 역시 93억9,000만 달러로 기대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주 어닝 시즌의 첫 테이프를 끊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는 4분기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고 장비업체 블랙 & 데커는 3분기 순이익이 월가 전망치의 2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실적 예상치를 내놓은 32개사 중 78%가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톰슨 로이터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기업들의 3분기 순익은 한 해 전에 비해 25% 감소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어닝시즌에 돌입한 유럽에서도 양호한 실적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가전업체 필립스전자는 적자를 낼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1억7,400만 유로를 흑자를 기록했다. 대서양 양쪽에서 확인되는 전반적인 실적 개선 추세 속에, 미국이 유럽지역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분기에도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지만 유럽 기업들은 44%나 줄어들어 미국 기업들이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의 실적 개선 비결은 미국 기업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기업에 비해 가혹하게 직원들을 쳐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을 통해 확인된 2008년 12월에서 2009년 5월 사이 해고 노동자는 미국이 64만 명에 달해 유럽(35만4,000명), 아시아(24만4,000명)보다 훨씬 많았다. 이탈리아 미디어그룹인 CIR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기업들은 유럽에 비해 훨씬 잔인하게 직원들을 해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CEO인 한스 폴 뷔크너는 "만약 대규모 감원이 이뤄질 경우 경제 전반은 물론 자기 회사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기업들의 뼈를 깎는 비용 절감 노력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투자 위축은 일자리 축소로, 또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회복을 가로 막기 때문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100개 기업 중 7개 만이 자금을 사업 확장이나 투자나 연구ㆍ개발(R&D)에 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기계 장비에서부터 신규주택 등을 아우르는 순 민간 투자가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로 194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형 디젤 엔진업체인 커민스는 당분간 보수적인 경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전세계 5만 명 인력 가운데 15%를 감축한 이 회사는 매출이 안정되고 있지만 신규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재개할 계획은 없다. 올해 투자 규모도 평소보다 50%나 적은 약 3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WSJ은 "상당수 산업에서 생산이 소비를 초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이를 모두 흡수하기 위해선 몇 개월 정도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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