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콜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달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향후 증시 전개 시나리오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게 됐다.
통상의 콜금리인상은 통화당국의 긴축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채권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주식의 매력도 떨어뜨려 증시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사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주식시장은 전날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발언에도 장마감시 상승 반전된데 이어 9일 오전에도 급등 부담에 따른 소폭 등락을 보일 뿐 '금통위발 경고'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금리인상이 오히려 호재(?) = 박 총재의 발언에 대한 증권가의 일반적 평가는 한마디로 "금리인상이 증시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현 증시의 상승요인에 경기나 기업실적 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저축에서 투자로'로 표현되는 가계의 자산배분 변화와 기업가치의 재평가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금리인상과 증시의 상승추세의 상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금리인상이 기업의 이자비용을 높이는 구조였기에 (증시에)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며"그러나 지금은 부채규모가 획기적으로 줄었고 기업들이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이 기업의 수익성을 훼손하는 효과는 작은 반면, 금리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채권의 투자매력이 희석돼 오히려 증시에 유리하게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대신증권 역시 금리인상이 증시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김우재 애널리스트는 "종합주가지수가 장기 상승추세에 접어들면서 시장이 고수익-저위험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전제하고 "콜금리 인상의 배경은 내수의 회복에있고 경기도 바닥권을 지나 본격 상승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콜금리인상이 증시 등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 "공격적 인상 힘들다" 전망도 한 몫 = 금리인상 가능성이 증시를 위축시키지못하리라는 전망의 또 다른 근거는 박 총재의 인상 언급에 강도가 높아졌음에도 현경기상황으로 볼 때 공격적 금리인상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공개적 멘트의 강도가 상승했지만 금통위가 시장에 '패'를 읽힌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이코노미스트는 콜금리의 0.25% 인상 가능성을 예상하면서"이는 결코 긴축전환이 아닌 경기부양적 기조의 지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가 아직 디플레이션 갭(총수요가 경제의 잠재적 공급능력에 미달하는상태) 상태인 데다 대외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금리의 인상이 일회적 조치 이상의추가 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신영증권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도 "(금리인상 시사로 볼 때) 통화정책에서 부동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정상적 경우보다는 빠른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금리인상이 대외 경제여건의 불안, 부동산 대책에 따른 고소득층의 소비위축과함께 영향력을 발휘하면 경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월 내지 11월 1차 인상후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있더라도 인상의 성격은여전히 점진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금통위가 향후 2차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내년 1.4분기 말까지콜금리가 3.7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도 박 총재가 내년 중반까지는 경기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향후 긴축이 점진적일 것임을 시시한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