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에 부는 마오쩌둥 물결


오는 7월1일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에 마오쩌둥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외교부는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6월 중순부터 마오의 후난성 사오산 생가, 첫 농촌혁명 발생지인 장시성의 징강산 등을 둘러보는 '홍색혁명 취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중국의 방송ㆍ영화를 감독하는 국가광전총국은 지난달 중국 전역의 주요 방송사에 첩보ㆍ애정 드라마 방영을 금지하고 공산혁명을 다룬 '홍색 드라마'를 방송하도록 지시했다. 마오 물결은 급기야 중국 정부의 선전도구 수준을 넘어 마오쩌둥을 숭배하는 좌파 세력의 집단적인 실력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유토피아 등 좌파 인터넷 사이트는 마오쩌둥을 비판하는 지식인들을 당국이 처벌하라고 전국적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죽은 마오의 장남 마오안잉의 부인도 서명에 참가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와 함께 지난 2008년 중국정부의 민주화 방안을 담은 '08헌장'에 공동 서명한 원로 경제학자 마오위스 등이 최근 마오쩌둥을 비판하자 좌파 세력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마오위스는 잡지 기고문에서 "대약진운동이 초래한 대기아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며 "그에게 인민은 그냥 살덩어리이며 만세를 외치는 공구에 불과했다"고 최근 불고 있는 마오 사상 열풍을 비난했다. 마오위스는 후학들과 함께 1993년 중국 최초이자 최고의 민간 싱크탱크인 텐저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중국 정부에 사회복지 정책을 자문하는 한편 직업전문학교를 설립해 빈곤계층의 자활지원, 비정부기구(NGO) 인력 양상 등 사회봉사활동에도 몸을 아끼지 않아 '행동하는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토피아 측은 서명운동은 이제 시작일 뿐 15일에 인민의 이름으로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마오위스를 심판대에 세우라는 청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 당국이 벌이는 '마오 캠페인'을 순수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빈부격차, 공산당 부정부패, 집값ㆍ물가 급등 등 사회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이에 대한 인민의 불만 수준이 높아지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평등'을 강조한 마오쩌둥 향수를 활용해 국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단 진입을 위해 분투하는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가 전개하고 있는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색 노래'부르기, 마오의 어록을 외우게 하는 등 '홍색 문화' 캠페인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식인들은 사회 문제를 이데올로기 도구를 활용해 풀어서는 안 된다고 설파한다. 허웨이팡 베이징대 교수는 "(충칭 동지들에게) 문화대혁명이 재연되고 법치의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고 홍색 캠페인을 비판했다. 마오 사상을 다시 치켜드는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이것이 인민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권 선전을 위한 도구인지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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