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그들만의 커뮤니티

‘커뮤니티(community)’, 즉 지역사회는 공동을 의미하는 ‘common’과 공동자치제‘communal’과 어원이 같다. 최근 아파트가 ‘회색 콘크리트 집합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데는 다양한 설계와 디자인 마감재 못지않게 주택건설업계의 커뮤니티 마케팅도 큰 몫을 했다. 실제로 최근 주택업체들이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아파트단지 차별화 전략 중 하나는 단연 고품격의 ‘커뮤니티’였다. 단지 안에는 운동시설은 물론 독서실과 유아방 등 웬만한 시설은 다 갖춰져 있다. 하지만 ‘소통’의 통로가 돼야 할 커뮤니티가 또 다른 ‘단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기자가 사는 지역에서는 연초 꽤 규모가 크고 대기업 브랜드를 갖춘 아파트가 공사를 마치고 입주자를 맞았다. 나름대로 주변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이 단지 후문에 전에 없던 시설이 생겼다. 카드를 소유한 단지 주민만 단지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 통제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출입구 주변으로는 높은 벽도 생겼다. 인근 노후 주택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단지 내부를 들락거리면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주민들의 ‘조치’라는 후문이다. 단지 안의 커뮤니티가 그들에게는 소통이 되겠지만 이 커뮤니티가 아파트 담벼락을 넘어서면 오히려 주변과의 단절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집에 도둑이 드는 ‘작은’ 사건이 세인의 눈과 귀를 모았던 적이 있다. 당시 언론은 버핏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보다 집에 대한 그의 소박함에 더 주목했다. 도둑에게 털린 그의 집은 60만달러. 세계 2위의 부자인 그가 살고 있는 주택의 가격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억6,000만원 정도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집에 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가진 재산과 그의 생활은 어찌 보면 범인의 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부자’가 아닌 ‘현자’로 불리는 것도 여느 부자들과 다른 검소함을 보여주는 이 같은 단면들 때문일 것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무자년(戊子年)에는 ‘단절’보다 ‘소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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