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하는 일본' 악령 부활하나… 초긴장
'전쟁하는 일본' 악령 부활하나… 동북아 긴장 고조[일본 아베 정권 출범] ■일본 우경화 가속 예고"평화헌법 개정 통해 자위권 행사"한·중과 영토갈등 심화 가능성미일 동맹 강화로 중국 자극 우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16일 일본 총선에서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전쟁하는 일본'의 악령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총선을 앞두고 우향우 성향이 강화됐던 일본에서 극우정권이 탄생함에 따라 동북아 일대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총리로 등극할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내세운 극우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평화헌법(헌법 9조) 개정을 통한 국방군 보유 및 자위대 역할 확대다. 국방예산을 늘리고 자위대 인원ㆍ장비ㆍ예산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재는 지난 10일 발매된 월간 문예춘추에 정권 구상이 담긴 논문을 내 "영해 침범죄를 신설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뜩이나 일본의 우경화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주변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9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선언한 후 한층 반일감정이 격앙된 중국과는 한층 위태로운 갈등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사흘 앞둔 13일에는 중국 항공기가 처음으로 센카쿠 상공에 진입,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이와 대치하기 위해 긴급 발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최근 광둥성 군부대를 방문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부국과 강군을 결부시켜야 한다. 싸울 수 있는 군대, 싸우면 이기는 군대가 되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통적인 아시아의 강대국이자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체제를 강화해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아베 총재는 집권 후 첫 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중순께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는 미국과의 동맹 재구축이 아베 정권 외교정책의 핵심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아베 총재는 "중국과 센카쿠 대립이 격화한 것은 민주당 집권 때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미국을 대신하기 위해서라도 국방비 증액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민당이 집권하더라도 당장 평화헌법의 개정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으로 발의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중의원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참의원에서는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받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전체 242석의 참의원은 현재 개헌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88석이고 자민당은 82석에 불과해 민주당만으로도 개헌 저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또 아베 총재 개인과 자민당이 동일한 극우노선을 달리는 것은 아니며 자민당 정권 내부의 견제로 군국주의적 행보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임 총리는 극우공약 중 가장 쉽게 가시화할 수 있는 한국과의 과거사 문제나 센카쿠 등 중국과의 영토 문제에 주력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을 선택한 일본 국민들을 다독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