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심리학적 관점으로 본 노자 도덕경

■노자와 융(이부영 지음, 한길사 펴냄)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카를 융(Carl Gustav Jung)의 분석학적 관점으로 노자의 '도덕경'을 들여다봤다.

동양사상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던 카를 융은 학설의 핵심인 정신의 전체성, 즉 '자기'(Selbst)의 상징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동양의 유례로서 노자의 '도'(道)를 예로 들었다.


여기서'자기'란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은 전체정신이며, 마음을 통일할 수 있는 원초적이며 선험적인 인간 조건이라고 융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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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에서 "이 것은 인간은 누구나 전체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것은 무의식의 의식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얘기"라고 주장한다. 자아가 의식의 중심이라면 자기는 전체정신의 중심이며 이와 같은 전체정신의 중심, 혹은 의식을 심화시켜 전체정신을 실현케 하는 무의식의 핵심적인 원동력은 꿈과 신화와 종교적 표상에서 여러 가지 상징으로 표현된다.

실제로 '도'와 노자에 관한 논평과 언급은 융의 많은 저작에서 발견된다.

융은 노자사상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고, '도'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다. 융은 그가 인용한 '도덕경'에 관해 비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관심은 자기의 생각과 노자를 비교해, 같고 다름을 가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원초적이며 보편적 원리를 동양사상에서 찾아내는 데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 정신생활의 근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융은 "무의식"이라고 말했다. 무의식은 자아의식과 그 발전의 원천이며 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식은 발전하기 위해서 외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는데 밖에 있는 집단의 법칙과 요구에 적응하는 나머지 사람은 자기자신의 뿌리를 잊고 근본에서 멀어진다. 이때 우리는 신경증적 해리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내면의 무의식과 관계를 형성하고 내면을 살필 필요가 있다. 무의식과의 관계를 다시 맺음으로써 전체정신이 되는 것, 이것을 강조하는 융의 태도와 바깥일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들 속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삶의 원천인 도에서 양식을 구하고자 하는 노자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다만 융은 노자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현대를 사는 서구인답게 삶의 다양성과 그 충만함을 외면하지 않았다. 자기의 생각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자기를 드러내지도 않았지만 누더기 속에 자기를 숨기지도 않았다. 창조에 필수적인 고독을 인간본성의 탐구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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