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2일] 트위드


엉터리 계약과 착복, 뇌물수수. 부정부패가 판치던 60년대 풍경이다. 무대는 20세기 한국이 아니라 19세기 뉴욕. 작가 마크 트웨인이 ‘도금시대(The Gilded Age)’에서 총체적 부패를 고발한 시대였지만 뉴욕은 도가 지나치기로 유명했다. 핵심은 윌리엄 트위드(William Tweed). 공무원 출신 정치인이다. ‘보스 트위드’로 불렸다. 특기는 공사비 부풀리기. 실제 비용이 400만달러인 시청사 건설비를 1,400만달러로 책정, 차액을 챙겼다. 투기꾼이 마음 놓고 철도 주식 등을 매집할 수 있도록 악법을 만들고 도피 중인 경제사범에게 뇌물을 받고 죄를 사해주는 법률을 통과시킨 적도 있다.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트위드에게 뇌물을 바치기 싫어 뉴욕을 피했던 사업가도 적지않다. 트위드는 여론도 무시했다. ‘고발기사는 두렵지 않다. 어차피 읽지 못하는 유권자가 태반이니까. 글을 몰라도 만화는 볼 수 있다는 점이 걸리지만’이라며 시사만화를 껄끄럽게 여겼을 뿐이다. 법원의 대부분도 그의 돈에 놀아났다. 트위드가 뉴욕시를 쥐락펴락했던 2년8개월 동안 축재액은 약 2억달러. 반대로 뉴욕시의 빚은 361%나 증가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권력은 내부 분열과 언론의 끈질긴 추적으로 무너졌다. 검은 돈의 분배에 불만을 품은 동료들의 밀고로 1872년 꼬리가 잡혀 1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특별사면ㆍ해외도피ㆍ강제송환ㆍ재수감을 거친 끝에 1878년 4월12일 55세의 나이에 감옥에서 죽었다. 생전의 트위드가 대놓고 악행을 일삼을 수 있었던 배경은 유권자들의 지지.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 민원을 해결해 환심을 샀다. 시민들은 당장 편하다는 생각에 트위드의 문제를 애써 외면했다. 작은 이기심이 모여 거대한 부정부패를 잉태한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